1955년 1월 17일, 미국 해군 잠수함 노틸러스의 육중한 증기 터빈 2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연료는 골프공 크기의 우라늄. 세계 최초의 핵 잠수함인 노틸러스가 첫 운항에 나선 것이다.
노틸러스는 길이 97.2m로 수중 무게가 4040t에 달했고 20노트의 빠른 속력으로 달릴 수 있었다. 가압수형 원자로 1기, 증기 터빈 2개, 2인치 어뢰발사관 6기 등을 탑재했다.
원래 ‘앵무조개’를 뜻하는 ‘노틸러스’가 잠수함의 대명사로 쓰인 것은 1870년 J 베른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 마일’을 통해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소설에 나오는 신비의 잠수함 노틸러스는 바다 속 세계를 탐험하는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미 해군이 최초의 핵 잠수함을 ‘노틸러스’라고 이름 지은 것은 이 잠수함이 수행할 탐험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노틸러스는 운항하자마자 단숨에 9만6558km를 달렸다. 디젤 잠수함이었다면 연료만 300만 갤런이 필요했을 거리다.
1958년 8월 3일 노틸러스는 또 한 번의 위대한 탐험에 성공한다. 7월 미국 진주만을 떠난 노틸러스는 8월 1일 알래스카에서 물밑으로 들어가 8월 3일 최대 15m 깊이의 얼음 밑으로 북극점에 도달한다. 다음 날 노틸러스는 그린란드 북동쪽 대서양에서 물 위로 나와 숨을 쉬었다. 이동 거리는 2945km, 평균 속도 20노트로 96시간 동안 북극의 바다를 누볐다.
이 같은 모험이 가능했던 것은 핵 잠수함이 연료를 태우는 데 산소가 필요하지 않아 물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기 때문. 한 번 핵연료를 공급받으면 지구를 세 바퀴나 돌 수 있다.
노틸러스 이후 핵 잠수함 건조 경쟁이 붙어 소련은 노틸러스보다 5배 무거운 2만 t급 핵 잠수함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만이 핵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노틸러스는 1980년 마지막 항해를 마쳤고 1985년부터 미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미 군함 노틸러스 기념 및 잠수함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노틸러스가 북극점에 다다랐을 때 함장 윌리엄 앤더스 중령은 115명의 승무원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 조국, 그리고 해군을 위해. 북극점이다!”
우리에게도 꿈을 펼칠 무한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