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고교생에 ‘따뜻한 편지’
“성북천 복원사업으로 철거대상에 오른 삼선상가에서 어머니가 가게를 운영합니다. 제발 우리 가족의 생계 대책을 세워 주세요.”
“제가 아무리 시장이라고 해도 도와드릴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세상은 결코 녹록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독하게 공부해서 치열하게 파도를 헤쳐 나갔으면 합니다.”
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이 철거민의 아들인 고3 학생과 주고받은 편지가 화제다. 지난해 11월 성북구에 사는 김모 군이 먼저 보냈다.
“저희 가족의 생계 터전인 어머니의 가게가 아무런 대책도 없어 철거돼 길거리로 쫓겨나게 되는 것을 이렇게 보고만 계실 참이십니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도 하셨고 법을 몰라서 억울하게 피해 보는 착한 사람들 편에 서는 변호사도 하셨으면서 이처럼 대책 없이 철거 작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부당합니다.”
오 시장은 올해 초 “김 군의 사연을 읽으며 제가 김 군 나이였을 때 저 역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많이 났습니다”라며 A4 4장 분량의 답장을 보냈다.
이어 오 시장은 “삼선상가 건물은 붕괴가 우려되는 수준이라 철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한 뒤 “이번 일을 가슴에 묻어두고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삼선상가는 지난해 말 철거됐다. 김 군의 어머니는 아직까지 건설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결정한 보상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