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Sell) 코리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 공세로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모두 1조202억 원으로 사상 두 번째로 큰 순매도 규모를 나타냈다. 지난해 8월 16일 1조326억 원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 금액을 뺀 것) 이후 최대 기록이다.
외국인은 새해 들어 2일 695억 원어치를 순매입한 것을 제외하고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대규모 매도 행진을 벌였다.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3조8047억 원에 이른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신용 경색 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해 두기 위해서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에 대비하기 위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추가 부실이 계속 확인될 것이므로 외국인의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기 전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를 벌인 것과 관련해 최근 외국인의 매도 역시 큰 악재를 예고하는 징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지난해 외국인의 매도는 얼마가 될지 모르는 손실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라며 “올해는 손실 규모를 확정짓는 단계에서 미국 밖의 자산을 팔아 손실을 보전하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외국인의 매도세는 상당 기간 지속되는 반면 국내 기관과 개인의 매입 여력은 약해져 있어 증시는 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증시가 차츰 안정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다음 주에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일단락되고 추가 상각 규모가 확인되면 외국인의 매도 강도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며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주식 매입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증시 수급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