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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孔席不暇暖, 墨突不得黔

입력 | 2008-01-17 02:56:00


공(孔)은 공자를 가리키고, 墨(묵)은 묵자를 가리킨다. 席(석)은 바닥에 까는 깔개를 가리킨다. 席卷(석권)은 자리를 둘둘 말듯이 전부 차지한다는 뜻이다. 또 자리나 지위 또는 직위를 가리켜 上席(상석)이나 私席(사석)처럼 쓰인다. 동사로서 깔고 앉는다는 뜻도 있으니, 席藁待罪(석고대죄)는 거적을 깔고 앉아 처벌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暇(가)는 틈이나 겨를을 뜻하며, 不暇(불가)는 ∼할 겨를이 없다는 뜻이다. 暖(난)은 따뜻하다는 뜻이다.

突(돌)은 굴뚝을 가리키며 溫突(온돌)의 경우에는 구들을 가리킨다. 흔히 우뚝하거나 볼록하다 또는 부딪치다의 뜻으로 突出(돌출) 또는 突進(돌진)처럼 쓰인다. 또 갑자기의 뜻으로 突然(돌연)처럼 쓰인다. 得(득)은 어떤 일이 이루어짐을 나타낸다. 不得(부득)은 어떤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표시한다. 흔히 불가능이나 금지를 표시한다. 黔(검)은 검정이 또는 검다는 뜻이며, 그을다 또는 그을리다의 뜻도 된다. 不得黔(부득검)은 검정이가 묻어 검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공자는 자신의 도를 펼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래서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했고, 자연히 앉은 자리가 따뜻할 틈이 없었다. 묵자 역시 남을 위하느라 밖으로 돌아다녔다. 그래서 자기 집에 머물며 취사할 일이 없었으며, 자연히 굴뚝에 검정이가 묻을 일이 없었다. 또 禹(우)임금은 전국적인 치수사업을 하며 세 차례나 자기 집 앞을 그냥 지나쳐 들어가지 않았다. 오늘날 누구에게도 사생활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公人(공인)을 자처하면서 안일함에 젖거나 사생활을 우선시한다면, 그것은 기만적 행위이다. 조직이나 단체의 경우도 다를 리 없다. 唐(당) 韓愈(한유)의 ‘爭臣論(쟁신론)’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