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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나도 밤바다 인어공주

입력 | 2008-01-18 03:00:00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에리얼은 자신을 위협하는 대형 물고기를 피하려고 물 속에서 위아래로 급상승과 급강하를 반복한다.▶dongA.com에 동영상

하지만 인어공주를 꿈꾸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깊은 물 속에서 수면으로 급격히 올라오면 자칫 폐를 다치거나 신경계에 손상을 입게 된다. 일부 부유층이 즐기는 레포츠로 인식되던 스쿠버다이빙은 최근 한국에서도 한 해에 3만여 명이 자격증을 딸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다. 하지만 낭만적으로 보이는 바다 속 탐험이라도 제대로 배워서 도전하지 않으면 위험이 뒤따른다.

○ 다이빙수준별 5, 6단계 자격증

바다는 아름다운 자원을 무한대로 품은 자연의 어머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강한 조류 등이 도사리고 있다. 바다 속을 탐험하려면 먼저 자격증을 따야 한다.

초급 코스인 ‘오픈워터 다이버’를 시작으로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다이버’ ‘레스큐 다이버’ ‘다이브마스터’ ‘강사’ 등 5, 6단계의 자격증이 있다.




▲ 촬영: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자격증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오픈워터 다이버가 되면 밤바다를 즐기는 ‘나이트 다이빙’, 백두산 천지 같은 화산분화구에 들어가는 ‘마운틴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다이버가 되면 ‘난파선 다이빙’, 자신이 내쉰 숨을 다시 걸러 호흡을 하는 ‘반폐쇄호흡기 사용 다이빙’을 할 수 있다. 레스큐 다이버가 되면 다른 사람을 구조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PADI(Professional Association Diving Institutions)를 비롯해 NAUI(National Association Underwater Instructors) 등 10여 개 국제단체에 속한 한국 내 다이브숍을 통해 일정 훈련을 거치면 자격증이 나온다.

물론 이 자격증은 국가인증은 아니다. 국제민간기구인 RSTC(Recreational SCUBAdiving Training Council)에서 만든 통일된 교육과 훈련프로그램을 준수하는 단체들이 발급한다. 이 자격증을 보여 주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다이빙 장비를 빌릴 수 있다.

○ 안경에 물이 들어오면 콧바람 ‘흥’ 불어 제거

사고에 대비한 안전훈련을 꼭 받아야 한다. 스쿠버다이버용 마스크는 코까지 덮어쓰도록 돼 있는데 안경에 습기가 끼거나 물이 들어올 수 있다. 습기가 끼면 물 속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정도에 그치지만 물이 들어오면 아주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코를 풀 때처럼 ‘흥’ 하는 콧바람을 내면 물이 저절로 빠진다.

바다는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이 올라가 비행기를 탈 때처럼 귀가 멍멍해진다. 공기 중이라면 침을 삼키거나 껌을 씹거나 턱을 움직이면 되지만 물 속에서는 코를 잡고 ‘흥’ 하는 콧바람을 내 고막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다이브숍을 운영하는 김수열 씨는 “호흡기가 입에서 빠졌을 때 다시 무는 방법, 물에 뜨기 위해 입은 부력조절기에 공기를 넣거나 빼는 방법 등 다이버로서 익혀야 하는 기본 기술이 20가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다이빙을 할 때는 반드시 짝을 지어야 한다. 아무리 숙련된 다이버라도 성난 조류에 휘말려 길을 잃거나 ‘질소중독’ 때문에 정신이 흐릿해질 수 있다.

질소는 한때 마취제로 쓰일 정도로 환각작용이 있다. 수압이 높아지면 평소처럼 숨을 쉬더라도 몸 속에 질소가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진다. 질소가 많아지면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공기가 다 떨어져 가는데도 위로 올라갈 생각을 안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이상한 수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보이면 짝이 반드시 높은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

○ 수면 위 급상승 땐 구토-경련 등 잠수병 걸려

숙달되지 않은 다이버가 범하는 가장 큰 실책은 바다 생물을 구경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이다.

이러다가 공기가 얼마 남지 않은 때에서야 급격히 물 밖으로 나오려 한다. 자칫하면 관절이 끊어질 듯 아프거나 신경계가 마비돼 구토나 경련을 일으키는 잠수병을 겪을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서병성 교수는 “몸속에 들어온 질소 가스는 기압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 인체조직에서 녹지 않고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1초에 30cm 정도로 천천히 올라오지 않으면 혈관이나 조직 속에 있던 질소가스가 커지면서 관절이나 폐에 통증을 주고 뇌로 가는 혈관을 막기도 한다”고 말했다.

손목시계처럼 생긴 다이버용 컴퓨터는 필수다. 이 컴퓨터는 수온, 입수시간뿐 아니라 체내 질소의 양도 알려 준다.

요즘은 마스크에 컴퓨터가 내장된 장비도 있고, 어떤 컴퓨터는 경고명령을 어길 경우 당분간 다이빙을 하지 말라며 24시간 동안 다운되는 제품도 있다.

흥분도 금물이다. 놀다 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갑자기 무서움증이 생겨 흥분하게 되면 공기 소모가 급격히 늘어나 수면 위로 급상승해야 하는 비상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바다 자원을 채취해서도 안 된다. 한국에서는 수산자원보호령에 따라 스쿠버다이버가 자원을 채취하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다른 나라도 상황이 비슷하다.

벌금이 아니라도 수중 생물을 건드리면 안 된다. 사진 구도에 맞춘다고 생물의 위치를 바꾸거나 먹이를 주거나 수중생물에 올라탈 경우 스트레스에 취약한 바다생물의 공격 본능을 건드릴 수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수영장서 입으로 호흡하는 법 집중 강습▼

태국의 다이브숍 ‘마린프로젝트’ 변병흠(사진) 강사는 ‘다이버가 되기 위한 실전 노하우’를 소개했다.

하루 시간 내서 잠깐 놀다 오고 싶으면 자격증이 필요 없는 체험다이빙으로도 충분하다. 자격증을 따지 않고도 바다 속을 접할 수 있다. 만일 바다의 속살을 느끼고 싶다면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면 좋다. 이론 교육은 50문항의 시험을 봐서 75점 이상 돼야 통과된다. 떨어져도 재시험을 볼 수 있다.

수영장에서 실습교육을 받을 땐 처음에는 숨쉬기가 곤란할 수 있다. 코로 숨쉬던 평소와 달리 입으로만 호흡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긴장한다. 하지만 잠시 자신이 물고기나 인어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호흡이 편해졌다면 절반은 다이버가 된 것이다. 그 다음엔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1991년 미국 안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사고를 당하는 사람은 미식축구가 217명으로 가장 많고 스쿠버다이빙은 4명으로 가장 적었다.

다이빙에 입문하려면 노마다이브(www.nomadive.com), 마린마스터(www.marinemaster.net), 씨씨다이버스(www.ccdivers.com) 등 관련 사이트를 찾으면 된다. 해외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현지의 다이브숍과 연계해 체험 기회를 준다.

태국 시밀란에서 다이빙하고 싶다면 현지 숍인 마린프로젝트(www.marineproject.co.kr)나 다이브아시아(www.diveasia.co.kr)에 직접 예약해도 된다.


▲ 영상 편집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영상 제공= 노마다이브


▲ 영상 편집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영상 제공= 노마다이브


▲ 영상 편집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영상 제공= 마린프로젝트


▲ 영상 편집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영상제공= 마린프로젝트


▲ 영상 편집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영상 제공= 마린프로젝트


▲ 영상 제공= 마린프로젝트


▲ 영상 편집 :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영상 제공= 다이브숍 퍼니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