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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사이언스]이륙하던 비행기 바퀴가 터진다면?

입력 | 2008-01-18 03:02:00


Q 이륙하던 비행기 바퀴가 터진다면?

얼마 전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어요. 막 이륙하려던 비행기 안에서 아내가 “바퀴가 펑크 나면 갑자기 멈춰야 하냐”고 묻더군요. 이륙 중에 실제로 비행기 바퀴가 터지면 어떻게 하죠?

A 일정 속도 넘으면 날아오르는 것이 안전

당시 비행기의 속도에 따라 다릅니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가 가장 위험해요. 그래서 이륙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이상에도 조종사가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각종 지침을 만들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속도를 넘으면 무슨 일이 발생하든 이륙한다’는 이륙결심속도입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달리다 바퀴나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 조종사는 정지할지 이륙할지 선택해야 해요. 정지하려고 하는데 속도는 빠르고 남은 활주로가 길지 않다면 비행기는 활주로를 이탈하거나 옆으로 미끄러질 수 있어요. 반대로 무리하게 이륙하면 양력이 모자라 뜨지 못하고 추락할 수도 있죠.

이때 조종사는 비행기의 속도가 이륙결심속도를 돌파했는지 살핍니다. 이륙결심속도를 돌파했다면 조종사는 바퀴가 펑크가 났어도, 한쪽 날개의 엔진만 작동돼도 무조건 이륙해요. 멈추는 것보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편이 사고 위험이 적기 때문이죠.

이륙결심속도는 비행기의 무게, 엔진 출력, 활주로의 길이에 따라 달라져요. 활주로가 길면 정지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륙결심속도가 높아지죠. 무게가 가볍고 엔진 출력이 높다면 이륙결심속도도 낮아집니다.

대부분의 공항은 이륙 활주로에 여유 공간을 둬요. 활주로를 보면 노란색이나 불빛으로 ‘활주로 종료’를 표시한 지점이 있어요. 활주로는 대개 그 뒤에도 이어져 있죠. 정지하던 비행기가 활주로가 모자라 이탈하는 사고를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비행기 조종사는 활주로가 무한히 뻗어 있다고 해도 비행기가 이륙결심속도를 넘으면 최대한 빨리 출력을 높여 하늘로 날아올라요. 이륙이 늦어질수록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조종사들은 이륙결심속도를 넘으면 무조건 이륙하도록 처음부터 훈련을 받습니다. 이륙결심속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전투기 조종사들은 기종별로 이륙결심속도를 전부 외운다고 하네요. 펑크난 바퀴로 착륙할 때는 활주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조종사가 조종간을 꼭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도움말=정인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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