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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1人천재,팀플레이 못당한다…‘그룹 지니어스’

입력 | 2008-01-19 03:03:00


◇그룹 지니어스/키스 소여 지음·이호준 옮김/328쪽·1만8000원·북섬

“한 사람의 천재가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는 신화에 불과하다. 전신(새뮤얼 모스가 발명하지 않았다), 전구(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하지 않았다), 비행기(라이트 형제가 발명하지 않았다)와 같은 위대한 발명품은 역사를 빛낸 한 사람의 발명가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 이뤄낸 것이다. 그게 바로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다.”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그룹 지니어스, 즉 집단의 천재성이 세상을 이끈다는 말. 그래서 조직이 발전하려면 집단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절묘한 협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자 겸 경영컨설턴트. 집단의 천재성 개념은 극단과 재즈악단에 대한 관찰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한 극단 배우들의 즉흥 연기와 즉흥 대사, 한 재즈악단 연주자들의 즉흥 연주를 보면서 저자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연기와 연주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 등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는 것, 그게 바로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한 사람만의 능력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배우와 연주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서로 도와가면서 순간순간 상황에 끝없이 대처해 나가야 한다. 집단의 천재성도 필요하고 구성원의 협업도 필요하다. 이게 바로 저자의 깨달음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협업은 흔히 말하는 협업과는 다르다.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문제와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그 협업은 즉흥적 순간적이어야 한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즉흥성이 또 다른 창조적 통찰력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순간적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창조적 생각도 결국은 한 개인에게서 나온 것 아니냐”고. 이에 대한 저자의 반박은 단호하다. “한 개인의 창조적 통찰력도 실은 예전에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던 많은 생각을 떠올릴 때 나오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1970년대 후반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설치해 예치금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던 씨티은행의 놀라운 성취도 실은 여러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들이 협력의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일본 혼다 소형 오토바이의 미국 시장 석권도 즉흥적 대처 덕분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국 시장에서 혼다 대형 오토바이의 예상치 못한 기술 결함이 발견되자 소형 오토바이로 대체한 즉흥적인 과감성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저자는 조직이 그룹 지니어스를 발휘하기 위해선 즉흥적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즉흥적 협력은 매 순간 작고 끊임없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건 결국 생각이 유연해야 가능하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바뀌는 법.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집단의 창조성, 협업과 혁신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