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항에는 한국보다 겨울이 따뜻한 중국 일본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17일에는 대구국제공항에서 중국 하이난(海南) 섬으로 출발하려던 하이난항공 전세기가 중량 초과로 이륙을 못하고 다음 날 아침에 떠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탑승객 158명 대부분이 3박 4일 하이난 섬 골프여행객이었다. 이들의 짐과 골프채를 실은 비행기의 전체 중량이 이륙이 허용되는 75t을 약간 넘어서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오죽 해외 골프투어가 많으면 이런 일이 다 생길까 싶다.
그렇다고 해외원정 골프를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국내에서 골프 두세 번 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는 왕복 항공료와 숙식비까지 포함해 3∼5회 골프 라운드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국제화 시대에 소비와 관광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국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세금 부담이 결국 해외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2000년 이후 해외여행 경비는 매년 20%씩 늘어나 2006년에는 관광수지 적자만 85억 달러(약 8조 원)나 됐다. 교육 부문까지 포함한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130억 달러는 전체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 187억 달러의 약 70%에 해당한다.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로 경상수지가 올해 10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로 번 돈을 해외여행과 골프, 유학으로 다 쓰는 셈이다.
국내 골프 비용이 비싼 것은 골프장 건설 규제가 심하고 특별소비세를 포함한 골프 관련세금이 너무 무거운 것이 원인이다. 이런 부담이 줄지 않는 한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행렬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골프장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와 세금부담 완화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골프 관광객이 해외에서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한국의 서비스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