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30주년을 맞이해 중국에서 ‘사상 해방’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 바람이 1978년의 1차 및 1992년의 2차에 이은 ‘제3차 사상 해방’ 운동으로 올해 중국 정치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 주석 연설이 단초=3차 사상 해방 운동에 단초를 제공한 주인공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다.
그는 지난해 6월 25일 1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당·정·군 고위 간부를 모두 모아 놓고 한 연설에서 “사상의 해방과 개혁개방, 과학적 발전 및 조화사회의 구현,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수준)’사회의 달성 등 4가지는 절대 움직일 수 없는 부동의 원칙”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당 대회에서 ‘정치보고’를 통해 “사상 해방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큰 법보(法寶·보배라는 뜻)”라고 강조했다.
후 주석의 이런 발언은 구체적인 정치개혁 청사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근 ‘사상 해방’ 움직임을 본격화한 인물은 유명 개혁이론가 중의 한 명인 스즈훙(施芝鴻) 중국 공산당 정책연구실 부주임이다. 그는 5일 상하이(上海)에서 발행되는 제팡(解放)일보에 “17차 당 대회의 주선율은 사상 해방으로 지난해 당 대회가 사상 해방의 새로운 기점이 될 것”이라고 장문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가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기관이자 중국의 핵심 싱크탱크의 부책임자라는 점에서 그의 글은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중화권 언론은 “최근에 이르러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와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시 서기 등 중국 지방 지도자들이 입만 열면 ‘사상 해방’을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방향 오리무중, 각자 중구난방=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사상 해방의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학자들이 저마다 제시하는 답안도 중구난방 격이다.
런젠타오(任劍濤) 광둥 중산(中山)대 공공사무학원 원장은 “첫 경제특구였던 선전(深(수,천))을 이번엔 정치특구로 만들어 정치 민주화를 이룩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저우톈융(周天勇) 당위원회 연구실 부주임 등 3명의 학자는 최근 펴낸 ‘17차 당 대회 이후 중국 정치체제 개혁 연구 보고’에서 “중국이 경제 및 정치개혁을 완성하는 데는 60년이 걸린다”며 급진적인 정치 민주화를 경계했다.
저우 부주임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02년까지는 경제개혁을 위한 초보적 단계이고 2020년까지는 경제개혁은 완비하면서 초보적인 정치개혁을 이룩하는 단계, 2040년까지는 민주정치 제도를 완성하는 단계”라며 점진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