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술 가이드라인’ 없어진 각 대학 어떻게 대응할까
2009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과 함께 표준점수 및 백분위 점수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됨에 따라 또 한차례 교육현장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대학이 수능 점수가 공개되면 정시모집에서 논술시험을 치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이후 대입에서 논술이 사라지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는 분위기마저 나타나고 있다.
○ 논술 공부 안 해도 되나
실제로 수능 점수가 등급과 함께 표준점수나 백분위 점수까지 제공되면 논술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입시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등급제로 크게 낮아진 수능의 변별력을 논술 점수로 보완하는, 일종의 ‘대체재’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논술을 폐지하거나, 인문계만 치른다 하더라도 입시 전형요소로서의 논술의 비중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체 대입 정원의 절반 이상을 뽑는 수시모집에서는 여전히 논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8학년도의 경우 대학들은 전체 인원의 53.1%를 수시모집으로, 46.9%를 정시모집으로 각각 뽑았다.
수시모집은 수능 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거나 최저학력기준으로만 활용한다. 게다가 고교 내신에 대한 대학의 불신이 강하기 때문에 수시모집은 논술로 뽑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서울대를 지망하는 수험생이라면 논술은 필수다. 이 대학은 정시에서도 논술을 중요한 전형요소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입시 전문학원인 대성학원의 이영덕 평가이사는 “논술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면 상위권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수시모집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육전문 기업인 엘림에듀의 노정호 전략기획실장도 “논술 시험에 대한 부담 때문에 논술을 치지 않는 서강대 등 특정 대학의 정시모집에만 응시하겠다는 수험생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상위권 학생은 여전히 논술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논술, 어떻게 달라질까
각 대학은 올해 수시 논술에서는 ‘논술 가이드라인’에서 금하고 있는 영어 제시문이나 수리 풀이형 문제를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09학년도 대입 수험생은 논술 가이드라인이 생기기 이전의 수시 논술 기출문제를 풀어봐야 한다. 2006학년도 1학기 수시논술 문제나 2005학년도 1, 2학기 수시논술 문제를 살펴보면 앞으로의 논술 출제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
고려대의 2006학년도 1학기 수시논술에서는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언어논술과 수리논술 문제를 풀어야 했고, 언어논술에는 한글로 된 제시문과 영어로 된 제시문이 2개씩 나왔으며, 수리논술에는 계산 문제도 출제됐다.
반면, 정시논술은 통합교과형 논술 대신 고전 논술의 형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나의 논제를 가지고 1700∼1800자의 글을 쓰는 형태로, 고전 등 어려운 작품에서 제시문이 출제되는 형식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