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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겨우내 엄동설한 비나이다”

입력 | 2008-01-22 06:23:00


“대한(大寒)이 이름값을 해야 하는데….” 경북 안동석빙고(보물 제305호)에 얼음을 채워 넣는 장빙제(藏氷祭)가 21일 열렸다.

안동석빙고보존회 회원 50여 명은 이날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낙동강 지류인 미천에서 채취한 얼음 70여 개를 20여 km 떨어진 안동석빙고로 옮겨 넣었다.

회원들은 이날 행사 중에 지구 온난화로 ‘엄동설한’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추위를 내려 달라고 기원하는 기한제(祈寒祭)를 지내기도 했다.

20일 오후 광음리 암산스케이트장 앞. 이곳은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예로부터 경상도 지방에서 얼음이 가장 두껍게 얼고, 늦게까지 녹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형 톱으로 얼음을 가로 150cm, 세로 30cm, 두께 30cm, 무게 80kg 정도로 잘라내던 보존회원들은 “올해 얼음은 그런대로 얼었지만 갈수록 얇아지고 덜 단단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4년째 채빙(採氷·얼음 채취)에 참가한 김석현(52·안동시 용상동) 씨는 “수년 전만 해도 얼음 두께가 40∼50cm였고 무척 단단해 톱질이 쉽지 않았다”며 “올해는 두께가 30cm가량에 불과한 데다 톱도 잘 들어가 얼음이 물렁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보존회는 2002년 1월 대한 무렵에 장빙 행사를 처음 열었다. 조선시대 채빙 행사에 동원돼 힘든 작업을 했던 조상의 삶을 돌아본다는 취지에서였다.

장빙 행사는 1890년대 무렵까지 계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행사는 안동석빙고에 여름에 잡은 맛좋은 은어를 저장했다가 그해 겨울 궁궐에 진상하기 위해 행해졌다.

채빙 작업이 어려워 소한부터 대한까지 추위가 한창일 때 낙동강 주변 마을의 남자들이 몸을 숨겨 아낙들만 남아 ‘석빙고 과부’라는 말까지 생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보존회원들이 낙동강에서 채빙을 할 때면 높이 2m의 ‘얼음탑’을 세워 놓고 작업을 한다. 탑에는 대나무 잎을 끼운 새끼를 감는다.

당시 힘들게 작업을 하다 다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한편 석빙고 속 은어가 겨울까지 잘 보관되기를 소망했던 것을 생각하는 뜻에서다.

하지만 이 행사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보존회원들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2006년에는 애써 마련한 얼음이 비 때문에 녹아 버려 제대로 못했고 지난해는 얼음이 얇아 채빙을 하지 못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