腐(부)는 썩다 또는 썩히다의 뜻이다. 腐敗(부패)는 썩어 못쓰게 됨을 뜻하며, 사회나 사상이 타락하는 것을 가리킨다. 腐蝕(부식)은 암석이나 금속 따위가 화학작용에 의해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뜻한다. 腐心(부심)은 근심으로 인해 마음을 썩이거나 문제 해결의 방법을 생각하느라 몹시 애쓰는 것을 가리킨다. 또 오래 묵다 또는 쓸모가 없다는 뜻도 있다. 陳腐(진부)는 생각이나 표현 따위가 낡아 새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戶樞(호추)는 문지도리를 가리킨다. 戶(호)는 외짝으로 된 문이며, 흔히 가옥이나 호적을 의미한다. 樞(추)는 문짝을 여닫도록 만든 장치인 지도리이다.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의미하며, 근본이나 중심 또는 정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樞機(추기)는 문지도리와 쇠뇌의 발사 장치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 또는 정부의 중요 부문이나 요직을 의미한다. 두(두)는 좀이다. 동사로는 좀먹다 또는 해치다의 뜻이다. 두書(두서)는 좀먹은 책 또는 책을 햇빛에 말려 좀을 제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두書蟲(두서충)은 책벌레로서 독서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비유한다. 書두(서두) 또는 두魚(두어)라고도 한다. 두言(두언)은 해치는 말, 두民(두민)은 국민을 해치는 일이나 존재를 가리킨다.
고인 물은 벌레가 부화하며 썩어버린다. 쓰지 않는 문지도리는 좀이 슬어 못쓰게 된다. 轉石不生苔(전석불생태)라는 말도 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늘 활동하는 이가 건강하며 머리도 많이 쓸수록 잘 돌아간다. 사람만이 아니라 조직이나 단체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활발히 움직이며 변화할 때에 비로소 정체와 부패가 사라지고 신선함과 역량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 ‘呂氏春秋(여씨춘추)·盡數(진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