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는 ‘1월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투자자들의 새해 증시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힙입어 1월의 주가상승률이 다른 달보다 높은 현상을 말한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1월의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은 7.4%로 월간 기준으로 11월(7.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올해는 ‘1월 효과’는커녕 ‘1월 쇼크’가 유난히 심한 해로 남을 것 같다.
연초인 1월 2일 장이 열리자마자 43.68포인트(2.30%)가 빠지더니 17, 18일 장중 1,700 선이 무너지는 등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감으로 주식시장은 암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계속된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들을 받아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17일 현재 개인투자자는 올해 12일(거래일 기준) 동안 11일이나 순매입에 나섰다. 순매입 금액도 1조9140억 원에 이른다. 물론 주식시장의 기본 구조상 파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사는 사람이 있으니 개인투자자의 순매입 추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그래도 개인들이 꾸준히 주식을 사는 걸 보면 ‘저가(低價) 매입’ 심리가 상당히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증시가 하락장으로 접어들 때마다 증권사들은 “주식 가격이 평소보다 낮아졌으니 이때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저가 매입의 의사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일종의 ‘착시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가 어제 주식을 10만 원에 샀는데 오늘 주가가 9만 원, 8만 원으로 떨어져 있으면 싸게 보여 더 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것.
하지만 주가는 자신이 보는 것보다 시장이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는데 혼자 저가 매입을 계속한다면 투자의 위험(리스크)만 더 커지게 된다.
산은자산운용 이재광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럴 때일수록 주가의 등락보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탄탄한지 먼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가 매입도 분명히 투자전략의 하나다. 하지만 올해 같은 하락장에서는 손실의 폭을 늘리는 결정이 될 수 있는 만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