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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데뷔 50년 ‘록 대부’의 한숨

입력 | 2008-01-24 03:05:00


데뷔 50년을 맞는 ‘록의 대부’에게 지난 세월은 자부심보다 더 큰 회한으로 남은 듯했다.

“세계 어느 나라가 이렇게 음악 활동을 옥죄어요. 이런 나라에서 음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억지고 웃음거리지.”

최근 마지막 앨범 ‘앤솔로지’를 낸 신중현(70). 음악 인생을 차분히 들려주다가도 음악인의 현실을 말하는 부분에선 목소리를 높였다.

“길거리에서 밴드 연주를 하려면 각종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장소도 정해져 있잖아요. 어디서나 음악을 할 수 없게 된 뮤지션들은 나이트클럽에서 발맞추는 음악이나 하고 있어요.”

1970년대 이후 음악인들에게 가해졌던 규제가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수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한때 ‘대마초 가수’로 구속되며 5년간 음악적 공백을 가진 그였기에 달라진 것 없는 현재의 풍토가 더욱 뼈아픈 것 같았다.

그는 “차를 마시면서, 밥을 먹으면서 음악을 듣고 더 멋있는 음악인들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이제 대중에게는 가요를 다양하게 즐길 권리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애들을 쳐다볼 권리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너 음악 하냐?”고 물을 때 “먹고는 사니?”라는 질문이 이어지는 게 음악인의 현실이 됐다. 하지만 “들을 만한 가요 앨범이 없다”는 사람들의 지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중이 외면하니 뮤지션들이 떠나고 음악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 1997년 앨범 최고 판매량이 190만 장이었지만 현재는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가수들은 앨범이 아닌 방송 오락프로그램 출연을 주된 밥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말은 어눌했다. 작은 체구에 다부진 표정과는 달랐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제가 말을 참 못해요. 모든 표현을 음악으로 하느라 벙어리가 되어 버렸어. 음악인이라는 건 그래요. 자기가 가진 음악적 역량을 음악에 쏟아 부어도 50년이 모자랐어요. 그런데 잘 차려입고 나가서 떠들 시간이 어디 있어요.”

이 ‘작은 거인’의 한마디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새겨야 할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를 인터뷰하는 내내 외부 환경에 핑계를 대는 가수들과 무료 내려받기를 좋아하는 음악 팬들이 떠올랐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