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스에서 우연히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을 만나게 되었다. 학생회 임원으로 어느 행사에 참여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옆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하루에 인터넷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 물어봤다. 그 학생은 서슴없이 “하루 30분”이라고 답했다.
좀 더 많이 하고 싶진 않느냐고 했더니 “아니에요. 자꾸 하면 중독되잖아요. 전 게임에 중독되는 건 싫어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인터넷과 게임에 한번 빠지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는데 어린 나이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가 밝았다. 정초에는 누구나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자기 관리를 하기 위해 한 해를 설계하는 마음을 내게 된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란 말처럼 그 마음을 지키는 것이 좀체 쉬운 일은 아니다.
증산도의 도조이신 증산상제께서는 “일심(一心)이면 천하를 돌린다”고 했지만 동시에 “마음 고치기가 죽기보다도 어렵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라 하지만 그 마음을 얻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해 벽두 작심삼일이란 말이 무색하게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을 길은 없을까?
예로부터 수많은 성현이 마음의 도를 얘기하면서 물의 섭리를 언급해 왔다. 물은 고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물의 본성은 끊임없이 흐르고 또 흐르는 것이다. 영원히 높은 자리를 탐하는 권력가도 있고 수많은 부를 축적하고도 모자라 더욱 쌓으려는 거부들도 있다. 그러나 물은 모든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이전의 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한다. 동시에 물은 쉬지 않고 거대한 산을 깎기도 하고 모난 돌을 둥글게 조각하기도 한다.
마음을 바로 세우는 데 왕도는 없다. 필자 또한 늘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에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에서 얻는 소중한 지혜처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굽이굽이 돌아 끝없이 흐르는 물처럼 말이다. 증산상제께서는 “천지의 중앙은 마음이라, 고로 천지의 동서남북과 사람의 몸이 마음에 의존해 있느니라”라고 하셨다. 모든 것이 마음에 따라 변화되어 간다는 말씀이다.
새해를 맞아 결심한 일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흐르는 물처럼 1년 365일을 날마다 새롭게 지낼 수 있길 소망한다.
최미숙 증산도 수호사(守護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