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현 나하 시 북쪽의 신도심은 돌려받은 미군 공여지를 도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재탄생시킨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녹지 교육 문화 쇼핑 업무시설이 골고루 들어서 주택 가격이 시내에서 가장 비싸다. 나하=성동기 기자
《아열대기후의 휴양관광지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일본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미군의 70%, 미군 전용시설의 75%가 배치돼 있다. 오키나와 최대의 나하(那覇) 시조차 도심 한복판을 차지한 미군기지로 인해 차량이 기지를 우회하느라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했다. 도쿄(東京) 도
다치카와(立川) 시 역시 중앙부에 놓인 거대한 미군 비행장이 주민의 왕래를 방해해 도시 발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나는 소음 피해도 고질적인 민원 내용이었다.》
나하 신도심 “도시 재생” 비용 90% 국가 부담… 베스트 주거지로
○ 선망의 주거지 ‘나하 신도심’
1972년 미일 간 오키나와 반환 협정에 따라 일본에 귀속된 오키나와 현은 미군에 내줬던 공여지를 하나 둘 돌려받고 있다. 지금까지 약속된 땅의 16%만 돌려받았지만 공여지 반환의 효과는 주민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크다.
나하 시내 북쪽의 신도심은 현지 주민은 물론 외지인에까지 잘 알려진 최고의 주거지로 손꼽힌다. 시내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가 신도심 안에 포함돼 있다.
이 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 동안 미군기지로 활용되다가 1987년에 반환됐다. 개발 대상은 미군 시설을 포함한 214ha.
반환 당시 나하 시에는 낡은 건물과 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집 지을 땅이 없어 불편을 감수하던 시민에게 214ha의 땅은 기존 도시가 안고 있던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였다.
나하 시는 도시 재생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UR(Urban Renaissance) 도시기구’와 손잡고 1990년대 초부터 매력적인 주거지 개발을 시작했다.
땅주인에게 평균 30%의 땅을 내놓도록 했고 도로 공원 학교를 만들 때는 국가가 비용의 90%를 부담했다. 나머지 10%는 오키나와 현과 나하 시가 공동 부담했다.
아라카키 마사히데(新坦昌秀) 나하 시 도시계획과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공원과 도로를 만들 때 다른 지역은 보통 50%의 국가보조금을 받지만 오키나와는 1995년에 만든 오키나와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가가 90%까지 관련 비용을 부담한다”고 말했다.
특별조치법은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땅주인이 임대료를 한 푼도 못 받는 현실을 고려해 반환 이후 3년간 임대료를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나하 시는 11개의 공원을 만든 뒤 큰 도로를 개설하고 모노레일을 깔았다. 박물관 미술관과 나하국제고교 등 우수한 학교가 잇달아 들어왔다. 남쪽의 상업 업무시설 지역에는 쇼핑센터 호텔 방송국 은행 제2지방합동청사를 입주시켰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오타와 이치(大田和一) 사장은 “나하 신도심은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고 우수한 학교가 많아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인다”며 “상업지역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땅값이 계속 오른다”고 말했다.
○ 미래를 내다본 도쿄도 다치카와 시
도쿄의 서쪽에 위치한 다치카와 시는 1977년 미군 비행장으로 활용하던 573ha를 돌려받았다. 군수업체가 가진 일부를 제외하고 473ha는 국유지였다.
반환 30여 년이 지났지만 도시 만들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상업지구의 일부 땅은 6월 민간에 매각될 예정이다.
개발 유보지로 남겨둔 땅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최선인지에 대해 시와 중앙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
개발이 느린 이유는 당장 급하다고 써 버리면 수십 년이 지난 미래에 꼭 필요한 땅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치카와 시 관계자는 “21세기에 어떤 변화가 올지 반환 당시로서는 알 수 없기에 개발 유보지를 확보해 두기로 시와 국가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녹지공간이 부족하다는 주민의 호소는 180ha에 이르는 세계적인 국립 쇼와(昭和)기념공원 조성으로 해소됐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다치카와 역 인근에는 대규모 상업 업무시설이 들어섰다.
다카시마야 이세탄 루미네 등 유명 백화점과 복합영화관, 호텔이 집중되면서 작은 도시에 불과했던 다치카와 시가 도쿄 서부권의 쇼핑 중심지로 떠올랐다. 핵심 지역은 3.3㎡당 1000만 엔(약 9000만 원)까지 땅값이 올랐다.
다치카와 시 도시만들기과의 노자와 에이이치(野澤英一) 씨는 “과거에는 도쿄 서부권 주민이 멀리 신주쿠(新宿)로 쇼핑을 다녀왔지만 요즘은 모노레일을 포함해 5개 철도가 지나는 다치카와에서 쇼핑을 즐긴다”고 말했다.
나하·다치카와=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오키나와 나하 신도심의 토지이용계획구분면적(ha)비율(%)내용상업·업무시설188.4 큰 도로에 이어지는 시설146.5 주택용지9042.1일반주택지, 집합주택지
공익시설2411.2국가-합동청사
현-미술관 박물관 고등학교
시-지역재생계획사업용지 문화시설 초중등학교도로4521.0폭 30m 및 폭 25m 도로공원2310.8종합공원(18ha) 근린공원 10개소합계214100 자료: 나하 시
■“반환초기 요구 빗발… 시 국가 주민 절충점 찾아야”
하라다 도시만들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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