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구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로 2006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와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1세기가 환경시대임을 잘 보여 준다. 온실가스를 돈으로 거래하는 탄소배출권이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앞으로는 모든 생활방법이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경제이고 곧 ‘애국’하는 시대다.
온실가스에 대한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국은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세계 7위이고 1인당 석유 소비는 에너지 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와 온실농업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세계 10위이고 배출량 증가 속도에서는 세계 1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은 3%에 불과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안정적 에너지 확보 없이는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국방안보 식량안보도 기대할 수 없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휘발유가 온실가스 발생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화학식에서 알 수 있다. 휘발유(주성분 헥산) 1L를 사용하면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2.3kg 만들어진다(2C6H₁₄+19O₂→12CO₂+14H₂O). 질량이 늘어난 이유는 가벼운 헥산(C6H₁₄)이 대기 중 산소(O₂) 분자와 반응해 무거운 이산화탄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엄청난 온실가스를 방출해 결과적으로 환경 재앙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개인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대부분의 생활방식은 온실가스의 양산과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다. 우선 매일 이용하는 수송 수단에서 찾을 수 있다. 웬만한 거리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 타기, 자동차 함께 타기, 소형차 타기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의식주 모든 생활에서 물자를 절약하고 재활용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음식쓰레기도 당연히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일본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눈여겨보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07년 5월에 제안한 가정에서 ‘한 사람 하루 이산화탄소 1kg 삭감’ 국민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냉난방 온도조절, 수돗물 사용법, 친환경 상품 선택, 자동차 사용법, 전기 사용법 등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될지 자세한 생활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가 201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 감축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개인배출권 할당제’를 도입해 기후변화 대응 시범 도시로 만들겠다고 지난해 8월에 밝혔고 울산시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전시는 푸른 숲 가꾸기를 위해 30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 자전거 시범도시 건설 등 나름대로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정부, 사업장 등 모두가 온실가스 줄이는 운동을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에너지안보 차원뿐 아니라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서도 범국민 온실가스 삭감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가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도 생존 차원에서 대체에너지 및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산업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할 때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서 보여 준 높은 환경의식이 온실가스 줄이는 일로 승화하도록 힘을 모을 때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생명공학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