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정부가 아파트 경비원처럼 감시·단속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기로 하자 전국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잇달아 해고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경비원의 저임금 문제를 개선할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관리비가 오를 것을 걱정해 경비원을 해고하고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선(善)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파트 주민의 마음까지는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때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 아파트 경비원의 사례에서 보듯 최저임금제도 득실이 분명한 가격 통제 장치다.
‘업종별로 임금의 격차가 심해 일부 노동집약적 업종에서는 임금이 근로자의 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쳐 최저임금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1988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1986년 1월 28일 노동부의 결정을 동아일보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점점 심화한 임금의 ‘양극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를 해결할 해법으로 최저임금제가 등장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통상임금 기준 10만 원 미만을 저임금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1985년 말 현재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332만 명 중 임금이 10만 원 미만인 저임금 근로자는 17만9000명으로 5.4%를 차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이날 발표 뒤 법제화돼 1998년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8.3% 올린 시간급 3770원(일급 8시간 기준 3만160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독일에서도 우편집배원에 대한 최저임금제 적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개선하는 대안이라는 주장과 낮은 임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자리를 얻기를 바라는 계층에게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노동시장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시간급 3770원’은 고용과 실업을 가르는 또 다른 기준선이 되고 있는 셈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