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란 이라크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axis of evil)’이다.”
2002년 1월 29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두 국정연설을 통해 던진 이 한마디가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세계의 관심사다. 이날 국정연설은 취임 뒤 첫 국정연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 연설에서 그는 ‘악의 축’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용어를 과감히 삽입했다. 세계가 시끌시끌해진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파장이 컸던 것은 우선 ‘악의 축’이라는 표현이 가진 파괴력 때문이다. ‘악의 축’이란 본래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적이었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가리켰던 말이다. 인류를 대재앙에 빠뜨린 나라들과 동일시됐으니 해당 국가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북한은 “북한에 대한 침략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고 이란은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며 응수했다. 유력 언론들도 “9·11테러가 미국에 무제한의 ‘사냥 면허’를 준 것은 아니다”(뉴욕타임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등에 군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르몽드) 등의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의원들이 43차례나 기립박수를 쳤다는 사실에서 보듯 당시 대부분의 미국인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심지어는 민주당 의원들마저도 “대통령의 강력하고 애국적인 메시지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바로 직전 해 9·11테러를 겪었고, 곧 이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애국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국정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 ‘테러로부터 국토 방어’ ‘경기 부양’ 등 크게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북한과 이란 핵문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엄격한 입국 관리로 국토 방어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호의적인 투자자들의 발길마저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경기 부양을 했다지만 최근의 경제 위기에서 보듯 ‘거품’만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28일(한국 시간 29일)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국정연설을 한다. 무슨 얘기를 할까.
6년 전의 자신감이 남아 있을지 그것이 궁금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