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전봇대’를 뽑자고 난리인데 대전시는 또 다른 ‘전봇대’를 심자고 하니….”
대전시가 대전시청 남문광장과 보라매공원 사이 왕복 6차로 도로를 폐쇄하고 나무 등을 심으려 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의 명칭은 ‘시청사 주변 남북 녹지축 연결을 위한 둔산 도심 보행자 동선 개선방안’.
정부대전청사∼샘머리공원∼시청∼보라매공원∼계룡로로 이어지는 1km 구간에 3만 m²의 동선 녹지축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남문광장과 보라매공원 사이 6차로가 이 동선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박성효 대전시장은 이 도로의 폐쇄를 수차례 언급했다. 시청 실무자들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묘안을 짜내고 있으나 최종 결론은 내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995년 둔산 개발이 완료됐으나 녹지 확보에만 신경을 써 녹지 활용도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이 알려지자 “역발상이 좋다. 대전의 상징 공원이 될 수 있다”는 여론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폐쇄 예정 구간은 삼천교에서 목련사거리를 거쳐 녹원사거리로 이어지는 대전 둔산신도심 6개 동서축 도로 중 하나.
은하수 녹원 목련 한가람아파트를 비롯해 대형 쇼핑 상가와 웨딩홀, 학원, 업무시설 등이 집중돼 있어 평일에도 차량 통행이 많다.
시청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샤크존 상인들은 즉각 대책위를 구성하고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재산권과 생계권이 걸려 있는 문제를 대전시가 여론 수렴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여 갈등과 행정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시의회 의원들도 “시청 남문광장을 조성할 때 바닥의 돌 타일에만 12억 원이 소요됐다. 이를 없애고 잔디를 심으면서 또다시 40억 원을 쓴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느냐”며 따졌다.
한 시민은 “남문광장 도로를 청계천 복개도로로 착각하는 모양”이라며 “또 다른 ‘규제의 전봇대’를 심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