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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원재]株價 디커플링

입력 | 2008-01-30 03:08:00


미국 뉴욕 증시는 한국 시간으로 오후 11시 반에 문을 연다. 그래서 열성 주식투자자들은 뉴욕 증시의 출발을 지켜본 뒤에야 잠을 청한다. 상승세로 시작한 날엔 마음 편히 눈을 붙이지만 요즘처럼 자주 떨어질 때는 잠자리가 뒤숭숭하다. 새벽에 눈을 뜨면 뉴욕 종가부터 챙긴다. 한국 증시가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뀐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 선을 향해 질주하던 지난해 봄 한국 증시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논리가 여의도 증권가에 풍미했다. 한국 주가는 미국이 오르면 덩달아 오르고, 떨어지면 함께 떨어지는 종속변수가 더는 아니라는 관점이다. 이른바 한미(韓美) 주가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흐름으로 대두됐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의 경제 규모가 커졌고 기업 실적이 양호해 아시아가 세계 증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증시의 ‘독립선언’이 임박한 분위기였다.

▷미국 증시의 영향력이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자 세계 최대 소비국가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타격을 받았지만 글로벌 자본시장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뉴욕 시황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국내 증시를 웃기고 울린다. 국내 주가가 미국발(發) 한파에 연초부터 맥을 못 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대세상승 국면에 들어섰다고 했다. 내친김에 코스피지수 3,000 돌파가 머지않았다고 장담한 전문가도 있었다. 그러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자 저지선은 슬그머니 1,500대까지 내려왔다. 한미 디커플링 얘기도 쏙 들어갔다. ‘일기예보와 증시 전망은 틀리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변변한 해명도 없이 논리를 뒤집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어설픈 전문가’가 판치는 증시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투자자 스스로 중심을 잡는 수밖에 없다.

박원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