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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2003년 美신발폭탄 테러범 종신형 선고

입력 | 2008-01-30 03:11:00


9·11테러가 일어난 지 석 달가량 지난 2001년 12월 22일. 아메리칸 항공 63편은 프랑스 파리를 떠나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고 있었다.

기내식 서비스가 끝난 직후 비행기 한쪽에서 타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창가 쪽에 홀로 앉아 있던 남자가 성냥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승무원이 “기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시면 안 됩니다”라고 주의를 줬다.

몇 분 후 그 남자는 성냥에 다시 불을 붙였다. 승무원이 제지하기 위해 다가섰다. 그는 승무원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이면서 한손으로는 자신의 구두 밑창에 계속 성냥불을 대려 했다.

소란이 일자 다른 승무원이 달려왔고 몇몇 승객도 가세해 제압했다. 비행기는 보스턴에 임시 착륙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조사를 통해 신발 밑창에 강력한 플라스틱 폭탄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폭탄이 터졌다면 기내에 탑승했던 197명은 모두 공중에서 사망할 뻔했다.

남자는 영국 런던 태생의 리처드 리드(당시 28세). 언론은 ‘신발 폭탄 테러리스트(Shoe-bomber)’라고 불렀다.

재판은 미국에서 열렸다. 2003년 1월 30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연방 법정에서 판사는 고의로 수백 명을 죽이려 했다는 혐의로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또 살인 미수 및 비행기 폭파 미수 등 4건의 혐의로 80년 형을 더했고 불법 무기 사용 혐의로 30년 형을 추가했다. 리드가 받은 형량은 종신형 더하기 110년 형이 됐다.

리드는 순순히 죄를 인정했다. 선고 직전 그는 “이슬람교에 대한 사랑으로 비행기를 폭파시키려 했다”며 “난 오사마 빈 라덴의 추종자다. 당신네 나라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인 어머니와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리드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며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졌다. 유년 시절 그의 아버지는 대부분 교도소에 있었다. 그 역시 어릴 적부터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교도소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듬해 “이슬람으로 개종한 후 테러에 나서는 미국인과 유럽인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테러에 대한 대응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 적응에 실패한 서구 젊은이가 줄지 않아 제2, 제3의 리드가 나올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리드는 현재 미국 콜로라도 주 플로렌스 시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