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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서-하’ 양날개 단 허재 감독

입력 | 2008-01-30 03:11:00


KCC 허재 감독은 ‘관상이 이무기와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 허 감독이 마치 여의주라도 문 듯 보였다. 입이 귀밑에 걸릴 만큼 활짝 웃는 얼굴에서는 천하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29일 신인 드래프트에서 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하승진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키 221.6cm의 하승진은 향후 프로농구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대형 센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 감독은 누구보다 ‘높이’의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중앙대와 기아 시절에는 당시 국내 최강의 ‘쌍 돛대’ 한기범, 김유택과 호흡을 맞춰 전성기를 구가했다. 허 감독이 ‘농구 대통령’이란 찬사를 들었지만 두 선배 없이 원맨쇼를 하기는 불가능했다.

6년 전 이맘때 허 감독은 삼보에서 선수 생활의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성적은 바닥을 헤맸고 날이 갈수록 체력은 떨어져만 갔다.

그래서 그는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주성(205cm)을 뽑게 해달라고 며칠 동안 애타게 기도까지 했다. 그 바람대로 김주성을 지명하게 된 뒤 허 감독은 다음 날 새벽까지 김주성을 불러 술잔을 나누며 부푼 희망의 얘기를 주고받았다. 은퇴까지 연기한 그는 김주성의 활약 속에 정상에 오른 뒤 영광스럽게 코트를 떠날 수 있었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허 감독과 장신 선수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국보급 센터’라는 서장훈(207cm)을 영입했다.

이제 허 감독은 서장훈과 함께 하승진이라는 양 날개를 달게 됐다. 1980년대 중반부터 선수 또는 감독으로 국내 최강의 센터들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게 된 그에게 주위의 부러움이 쏟아지고 있다.

현역 시절 ‘허재 가는 곳에 우승 있다’라는 말을 들으며 늘 정상에 머물렀던 그였지만 감독으로선 아직 헹가래를 받지 못했다.

복장(福將)이란 타이틀까지 붙게 된 허 감독이 하승진 효과를 앞세워 하늘 위로 날아오를 것인가. 스타 출신 명장을 꿈꾸는 허 감독의 능력은 이제 진짜 시험 무대에 오른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