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신정시장 인근 주택가 한 모퉁이에는 2층짜리 건물이 있다. 1980년 1월 울산시장 공관으로 준공된 이 건물(대지면적 1694m²)은 1995년 10월 폐쇄됐다.
‘지방 청와대’라는 오명을 들었던 일부 자치단체장의 호화로운 공관이 ‘권위주의 청산’이라는 여론에 밀려 문을 닫으면서 울산시장 공관도 함께 폐쇄된 것. 이후 이 건물은 ‘공관 어린이집’으로 이름을 바꿔 5세 이하의 어린이 52명(정원 64명)이 생활하고 있다.
당시 공관 폐쇄는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었지만 10여 년이 흐른 지금 과연 공관 폐쇄가 합리적인지를 따져볼 때가 된 게 아닐까.
대기업이 밀집된 울산은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외국 원수들의 지방 방문 코스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국내외 귀빈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울산시는 이들 귀빈을 시내 호텔로 안내해 식사를 대접하거나 세미나를 열고 있다.
만약 울산에 그럴듯한 시장 공관이 있고 이곳으로 귀빈들을 초대해 울산에 대한 브리핑과 함께 투자 상담을 한다면 평범한 호텔에서 의례적인 접대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권위주의가 문제라면 공관 대신 ‘울산 홀’로 명명해 기업체와 시민들에게도 개방해 손님들을 접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공관을 어린이들에게 내줬다고 해서 권위주의가 청산됐던 것은 아니다. 시장 공관은 활용하기에 따라 ‘저비용 고효과’의 ‘세일즈 행정’을 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곳이 될 수 있다.
울산의 상징인 태화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국내외 손님들을 모실 수 있는 공관을 건립하는 안을 이제 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울산시가 올해를 ‘국제도시화 원년’으로 선언했기에 더욱 그렇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