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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글쓰기 잘배워 수업에 활용해야죠”

입력 | 2008-01-31 06:34:00


“글쓰기 능력에 인문계 자연계 구분은 없습니다. 도입부의 서너 문장에서 읽는 사람의 시선을 확 붙잡아야 합니다.”

30일 오전 대구 동구 봉무동 영신고 시청각실. 이곳은 겨울방학을 맞아 대구지역 고교 교사 60명이 모여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훈련장이다.

이날 교사들 앞에 선 강사는 ‘기술적(테크니컬) 글쓰기’로 널리 알려진 임재춘(60) 국민대 초빙교수.

임 교수는 “글의 기본적인 구조와 논리를 익힌 뒤 어떤 내용이든 대입해서 쉽게 쓸 수 있는 게 중요한 능력”이라며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라 기술적인 글쓰기가 목표라는 점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남대 공대를 나와 기술고시를 거쳐 기술직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뒤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와 ‘한국의 직장인은 글쓰기가 두렵다’를 펴내는 등 공학도와 직장인의 글쓰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이들은 대구지역 60개 고교의 국어 사회 과학 수학 교사들. 연수를 마치면 대구의 논술 및 글쓰기 강사 요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교사들은 2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60시간 동안 집중적인 ‘글 훈련’을 받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소속 통합논술지원팀의 교사 12명과 실습식 연수를 한다.

연수의 제목은 ‘통합교과 논술 심화연수’이지만 대입용 논술을 넘어 글쓰기 전반의 전문성을 높이는 게 목적. 과목별로 15명씩 참여해 ‘통합적’ 시각에서 글쓰기를 다루는 점도 새롭다.

임 교수의 강의는 연수를 마무리할 시점에서 글쓰기에 대한 종합적 안목을 정리한다는 뜻에서 마련됐다.

서부고 진진욱(32·여·수학) 교사는 “처음엔 수학과 글쓰기는 거의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수학의 풀이가 곧 논리의 전개라는 점에서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면 수학 공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경북대사범대부설고 이영하(51·사회) 교사는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이번 훈련을 하면서 상당히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며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강의를 하는 임 교수의 방식을 학교 수업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사로 참여한 경명여고 한준희(45·국어) 교사는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좁은 방식이 아니라 여러 교과목이 소통하는 교수학습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통합논술적 접근은 교과목 이기주의를 넘어 학교교육을 살려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겨울방학을 맞아 다음 달 말까지 35개 인문계 고교를 대상으로 논술과 글쓰기에 관한 전문가 특강을 열고 있다. 특강에 필요한 비용도 30만 원씩 지원한다.

30일에는 시지고와 효성여고에서 특강이 열렸으며 다음 달 1일에는 영남고와 경명여고에서 특강이 계속된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은 6000여 명이며 교사와 학부모 2000여 명도 동참한다.

대구시교육청 교육정책과 한원경 장학사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쓰는 능력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라며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 대구의 교육현장에 글쓰기 분위기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