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아이가 칼슘우유는 싱겁고 소화가 안된다는데…
초등학생을 둔 30대 주부입니다. 우리 아이가 요즘 학교에서 급식으로 주는 칼슘강화우유를 잘 먹지 않아 걱정이에요. 보통 우유보다 싱거워서 맛이 없다고 하네요. 같은 반 친구들 중에는 칼슘강화우유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 아이도 있대요. 아이들이 우유를 안먹으려고 대는 핑계일까요, 아니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얘기일까요.
농도 묽어져 싱겁다고 느낄 수도
몸속 무기질 균형 깨지면 배앓이
A : 그저 단순한 핑계만은 아닐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일반적인 우유 700∼800mL에는 하루에 필요한 만큼의 칼슘(800∼1000mg)이 들어 있어요. 칼슘강화우유에는 이보다 칼슘이 보통 두 배 이상 많죠.
원래 우유 맛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칼슘강화우유가 다른 맛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해요. 칼슘의 맛을 인식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연구 논문도 있으니까요.
아이가 어른보다 맛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주장도 있어요. 어른들은 고춧가루나 생강, 마늘처럼 자극적인 식품을 오랫동안 먹어 왔기 때문에 맛에 대한 감각이 아이들보다 떨어진다는 거죠.
우유에 칼슘을 첨가하면 간혹 우유 속 단백질과 반응을 일으켜 약간의 침전물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아주 민감한 아이는 이것을 마신 뒤 입에 뭔가 남아 있다고 느끼겠죠. 또 침전물이 가라앉아 우유 윗부분의 농도가 묽어지면 싱겁다고도 느낀답니다. 저지방 칼슘강화우유도 싱거울 수 있어요. 우유 특유의 맛을 내는 성분이 바로 지방이거든요.
칼슘강화우유를 마시고 배가 아프다는 건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신경성 배탈인 경우가 많겠지만, 칼슘이 추가돼 몸속 무기질 이온들 사이의 균형이 깨져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요즘에는 칼슘강화우유를 만들 때 대부분 보통 칼슘이 아닌 젖산칼슘을 넣어요. 무기물질인 보통 칼슘보다 소화흡수가 잘되고, 단백질과 반응을 일으켜 침전물을 만들지 않는 유기물질 형태로 바꾼 거죠.
가공 방법이나 원유의 품질도 우유 맛에 영향을 미칩니다. 젖산칼슘을 우유에 넣은 다음 보통 열을 가하는데, 이때의 온도에 따라 우유 맛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품질이 낮은 원유 속에는 저온에서 잘 자라는 균(슈도모나스)이 들어 있어요. 효소를 분비해 우유 속 성분들을 분해하는 이 균은 우유의 맛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죠.
(도움말: 세종대 식품공학과 김용휘 교수, 한국식품연구원 임상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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