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연세대 교수
《올해 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창조경영'과 '인수합병(M&A)'이다. 그동안 연구에만 몰두하며 대외활동을 자제해온, 학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고수'인 장세진 고려대 교수와 신동엽 연세대 교수가 이 두 주제에 대해 경영자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두 교수의 기고 내용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호(1월 29일~2월 11일)에서 만날 수 있다.》
초경쟁의 나비효과-스스로를 파괴하라
정유업체의 가장 위협적 경쟁자는 누구일까. 경쟁 정유사가 아니라 자동차 회사다. 일본 도요타 등이 선도하는 대체에너지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보편화하면 정유 시장의 20~30%가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스타벅스는 동종 업체인 커피빈이나 파스쿠찌가 아니라 엉뚱하게 맥도날드에 일격을 당했다. 막강한 유통망을 갖춘 맥도날드가 고급 커피 시장에 진출하면서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이런 일은 1990년대 중반이후 글로벌 경쟁 환경이 100여년 만에 대 변화를 겪으면서 발생했다. 무경계와 빠른 속도, 불확실을 특징으로 하는 초경쟁(hyper-competition) 환경으로 경영의 근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초경쟁에서 '초(hyper)'란 의미는 단순히 경쟁이 심해졌다는 게 아니라 '도가 지나쳐 비정상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30대 재벌 가운데 16개가 사라졌다. 해외에서도 GM, 포트, 코닥 같은 굴지의 기업이 위기에 처했다. 많은 사람들은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이런 위기가 생겼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기업을 방문해보면 경영진과 직원들이 밤새워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하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초경쟁 환경은 △경계파괴와 세계화 △상시 기술혁신 △디지털 지식경제 확산으로 유발됐다. 특히 이 세 가지 변화가 거의 동시에 발생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지난 100여 년 간 지속된 20세기형 산업사회가 끝나고 21세기 초경쟁 환경이 조성됐다.
초경쟁 시대에는 환경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특정 사업 분야에서의 경쟁우위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는 스스로 자사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켜야 한다. 애플은 '아이팟'이 선풍적 인기를 끌며 한창 시장을 주도할 때 스스로 후속 제품인 '아이팟 나노'를 출시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팟 나노' 2세대와 3세대 제품을 내놓아 경쟁자의 추격을 배제했다.
또 초경쟁 환경은 '승자독식경제(winner takes it all economy)'체제를 구축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추진했던 '신속한 추격자(fast-follower)' 전략은 빛을 잃게 됐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초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창조경영을 해왔다. 이들은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 우선 경영'을 도입했고 외부와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내부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는 '네트워크 경영'도 추진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b>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호(1월 29일~2월 13일)에 실린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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