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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책]똑똑, 네 마음속 방 좀 보여 주렴…‘내 마음의 방은 몇 개인가’

입력 | 2008-02-02 03:02:00


◇ 내 마음의 방은 몇 개인가/손병일 지음/260쪽·1만 원·궁리

어른들은 생각한다. 청소년은 몸만 다 컸지 마음은 아직 어리다고. 맞긴 하지만 틀린 점도 있다. 생각보다 그들은 단순치 않다. 복잡한 고민으로 닫힌 문을 지닌 방들이 마음 속 겹겹이다.

중학교 교사인 저자 역시 처음엔 그랬다. 성인의 눈으로만 아이들을 봤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라고 가르치면서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를 알아야 타인도 배려할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바라보는 세상을 두드린다.

“지속적으로 자아를 깊숙이 파묻어 버리고 삶 위로 두껍게 먼지만 쌓이게 만드는 교실에서 참된 자아를 찾아보라거나 한 번쯤 삶을 들여다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들에겐 또 다른 고문이 될지도 모른다. 딱딱하게 굳어 버린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면 일단 즐거움이란 사탕을 줘야 한다.”

저자가 선택한 사탕은 ‘영화’였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야기를 통해 “영화 속에서 마주 보는 ‘못난 나’를 그대로 끌어안고 여러 인물 속에서 재발견한 ‘고귀하고 진실한 나’를 되살려 내려” 한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얘기하듯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발견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장난스러운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서도 배우는 것이 있다. 최고의 장난감에서 구닥다리로 밀려 버린 카우보이인형 우디와 최신 제품이지만 자신이 ‘우주전사’라고 착각하는 버즈. 깨어짐은 고통스러웠지만 자신 그대로를 인정할 때 자존감은 되살아났다. 타인과 참되게 하나가 되는 법은 남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인정할 때 가능했다.

그렇게 들여다본 ‘마음의 방’은 크게 3군데. 아무도 모르게 혼자 숨어 들어가는 ‘골방’과 손님이 찾아 들고 함께 나누는 ‘사랑방’, 그리고 하늘과 맞닿아 꿈을 키울 창이 있는 ‘다락방’. 골방이라고 거미줄 끼게 내려둬서도, 사랑방만 화려하게 치장해서도 안 된다. 모두가 가꾸고 보살필 내 마음의 방이다.

저자에게 청소년들은 ‘가장 길고 먼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다. 영화 ‘티벳에서의 7년’에 나오는 대사. “인생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여행은 곧 자신을 발견하는 모험 속에 있다.” 물론 길고 먼 여행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하지만 그 문고리를 잡고 힘차게 열어젖힐 수 있길. 노잣돈을 마련할 어른들의 의무도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