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팔의 신경에 칩을 이식해 사이보그 실험을 한 영국 레딩대의 케빈 워릭 교수. 사진 제공 효형출판
‘작은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 관찰하려 했던 ‘바이오스피어 2’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 호모 엑스페르투스/이한음 지음/256쪽·1만2000원·효형출판
바다, 사막, 사바나, 우림, 습지 등 생태계를 완벽히 갖추고 수많은 생물이 사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작은 지구를 만들어 생태계를 관찰하겠다는 실험이 가능할까.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서 실제로 이런 실험이 있었다. 저명한 생태학자 생물학자 공학자가 대거 참여했고 1억50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만 한 면적에 유리와 강철로 된 거대한 ‘작은 지구’를 만들었다. 이름은 ‘바이오스피어 2’.
3000종에 달하는 생물과 함께 사람 8명이 농사짓고 고기 잡으며 2년 동안 살았다. 과학자들은 생태계의 진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었다.
결과는 실패. 밀폐된 ‘작은 지구’는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식물의 광합성 활동이 줄어 이산화탄소가 제거되지 않았다. 작은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녹여 대기를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꽃가루받이를 해야 할 곤충이 죽었다. 식물이 하나둘 사라져 갔다.
무모한 실험은 실패했지만 어찌됐든 중요한 사실을 알려줬다.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증가가 지구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점.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이처럼 실험에 목맨 인간 속성을 ‘호모 엑스페르투스(Homo expertus)’라 이름 붙였다. 실험으로 검증 가능한 것만을 지식으로 인정하는 실증주의의 후예들이 펼쳐 보인 인간, 자연, 미래에 대한 실험들이 이 책의 관심사다. 지난해 월간 ‘신동아’에 ‘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으로 연재한 글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