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일 본보를 비롯한 한미일 3국 대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대북 경협 4대 원칙을 밝혔다. 현 정권이 북과 합의한 사업일지라도 북핵 문제의 진전, 경제성, 재정부담 능력과 가치, 국민적 합의를 고려해 ‘우선 할 것’ ‘나중에 할 것’ ‘못할 것’으로 나눠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원칙으로 큰 틀에서 방향은 옳다고 본다.
이 당선인의 대북 구상은 ‘비핵·개방 3000’이 핵심이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400억 달러의 북한개발기금을 조성해 10년 안에 북 주민 1인당 소득을 연 3000달러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구상에는 북이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없다. 좌파로부터 “북핵 폐기 때까지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대결정책”이라고 공격받은 것도 그래서다. 이 당선인의 ‘4대 원칙’은 이를 극복할 필요에서 나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처럼 퍼 주는 것이 아니라 핵 폐기의 진전 속도를 포함한 모든 여건을 고려해 경협의 속도와 내용을 조절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경협과 평화비용 명목으로 10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돌아온 대가는 핵개발이었다는 현실인식의 소산이다. 이 당선인이 4대 원칙과는 별도로 한미· 한일관계의 개선을 통해 남북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북핵 해결을 위해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것도 고무적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천하느냐다. 경우에 따라서는 핵 폐기에 다소 진전이 있더라도 경제성이나 국민적 합의가 부족해 경협의 속도를 늦춰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반대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이든 북핵 문제의 국제성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교량해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고도의 민첩성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일이다.
김정일 정권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체제를 유지하고 민생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길밖에 없다. 핵이 모든 것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남한의 새 정부 출범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북의 긍정적인 검토와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