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떨어질수록 돈을 번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동반 하락으로 속앓이를 하는 펀드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펀드도 있다. 바로 ‘리버스 인덱스(Reverse Index) 펀드’.
‘베어마켓(하락장) 인덱스 펀드’로도 불리는 이 상품은 선물거래를 통해 지수가 내릴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올해 같은 하락장에서는 위험회피(헤지)용으로 쓰일 수 있는 펀드다.
○ 하락장에 강한 리버스 인덱스 펀드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최근 6개월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가운데 리버스 인덱스 펀드는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액 10억 원이 넘는 5개 리버스 인덱스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1월 30일 기준)은 12∼16%.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가 2,064.85로 꼭짓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 31일 이후의 성적은 이보다 더 뛰어나다.
‘푸르덴셜프리엄브렐러 베어인덱스’가 3개월간 24.85%의 수익률을 보였고 ‘한국부자아빠엄브렐러 리버스 인덱스’와 ‘마이베어마켓’ ‘하나UBS엄브렐러 리버스 인덱스’도 각각 21∼22%대의 성적을 거뒀다.
리버스 인덱스 펀드가 이처럼 하락장에서 빛을 발하는 이유는 다른 펀드들과 ‘반대의 포지션’을 취하는 특이한 상품 구조 덕분이다. 리버스 인덱스 펀드는 고객의 자산을 주가지수(코스피200지수) 선물 매도계약에 투자한다. 주가지수 선물은 사전에 정한 계약에 따라 미래의 특정시점에 코스피200지수를 사고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3개월 뒤 코스피200지수를 200포인트에 파는 계약을 했다고 치자. 만약 3개월 뒤 코스피200지수가 2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지면 이익이 나고 반대로 200포인트 위로 올라가면 손해를 본다. 리버스 인덱스 펀드는 최근 주가지수가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 주력 펀드로 부적절, 헤지수단으로 써야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리버스 인덱스 펀드는 요즘 같은 하락장에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적절하다. 하지만 장기 투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리버스 인덱스는 상승장에서는 손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자신이 보는 관점이 대세하락이라면 차라리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모두 빼 예금으로 돌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리버스 인덱스 펀드들은 실제 상승장이던 최근 1년 동안 수익률이 모두 ―10∼―15%로 저조했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기에는 리버스 인덱스 펀드에, 주가 상승기에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나의 모(母)펀드 아래에 여러 개의 자(子)펀드를 넣은 ‘엄브렐러 펀드’ 형태로 리버스 인덱스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과 상승의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리버스 인덱스 펀드는 투자의 주력 펀드보다 보완적인 펀드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