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경기 막판 우리은행 김은경(오른쪽)이 3년 후배인 국민은행 김수연의 얼굴을 때린 직후 서로 쳐다보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아이들과 가끔 농구장에 갑니다만 그날 가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인 것 같습니다.”
한 주부가 최근 발생한 여자프로농구 폭력 사태를 접하고 여자농구연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홈페이지에는 비슷한 항의의 글이 수백 건 올라와 있다.
1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경기.
경기 막판 우리은행 김은경은 3년 후배인 상대 김수연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자, 오른손으로 김수연의 왼뺨을 때렸다. 김수연의 스크린에 걸려 여러 차례 몸싸움을 벌여온 것에 대한 화풀이였다.
경기는 중단됐고 동료 선수들이 말려 추가 불상사는 없었지만, 맞은 선수는 울먹였고 때린 선수는 분을 못 삭이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전국에 퍼져나갔다.
김은경은 여자프로농구 최초로 퇴장까지 당했지만 경기 직후 한 ‘부적절한 인터뷰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
동영상에서 김은경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전부터 계속 (신경전이 있어서)…”이라고 말해 ‘한번 손을 보려고 했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남자농구 못지않게 여자농구의 몸싸움도 심하다. 공을 뺏기지 않으려고 휘두른 팔에 얼굴을 맞아 쓰러지기도 하고, 리바운드를 다투다 뒤엉켜 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넘어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주거나, 등이나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혹 생길지 모르는 오해를 푼다. 농구가 ‘싸움’이 아닌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김은경은 경기 후 김수연에게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3일에는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잘못을 저질러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늦게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