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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공천 내분사태 일단락… 공은 다시 朴측으로

입력 | 2008-02-04 02:45:00


한나라당의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내분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가 2일 부정부패 연루자라도 벌금형을 받은 경우에는 공천 신청 자격을 허용하기로 결정해 당무를 거부 중인 강재섭 대표에게 보고하자 강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방호 사무총장과 화해한 것이다.

다만 이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했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은 “4일 계파 모임에서 태도를 결정하겠다”고 해 공은 박 전 대표 측으로 넘어간 상태다.

○ 강재섭 대표-이방호 사무총장 화해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2일 벌금형 선고자를 구제하기로 한 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강 대표 자택으로 찾아갔다. 동행한 이 사무총장은 “대표를 잘 모셔 왔는데 그동안 조금 의사소통이 잘못됐다.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사과했고 강 대표는 “시정을 하겠다고 하니, 원래 (이 사무총장을) 신뢰하니까 앞으로 힘을 합쳐서 잘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강 대표는 “최고위에서 그때 (당규를) 만든 취지와 법리에 맞게 의결을 해줬고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도 그렇게 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잘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 측을 향해 “당내 일부에서 단체로 의견을 표출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했으니 더 얘기할 게 있느냐”며 “공심위가 공정하게 하겠다니까 그걸 믿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인근 설렁탕 집으로 옮겨 소주잔을 부딪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4일 회의에서 최고위원회 결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그러나 공천 신청과 심사 기준은 별개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 (벌금형을 받은 경우라도) 공천 심사과정에서 사안별로 경중을 가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 박 전 대표 측도 당 결정 따를 듯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은 3일 조찬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부적으로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 신청 문제가 해결된 만큼 당의 결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온건파의 의견과 “공심위원인 이 사무총장을 믿을 수 없다”는 강경파의 의견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온건파 중에도 ‘신뢰 회복’과 ‘이 사무총장의 재발 방지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측은 4일 오후 모임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박 전 대표 측은 ‘강 대표의 용서’ 소식이 전해진 3일까지도 이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일 56회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표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축하 난을 들고 찾아간 자리에서 공천 문제와 신뢰 회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공천 갈등은 ‘공 돌리기’ 게임

당내에서는 향후에도 이명박 당선인 측, 박 전 대표 측, 강 대표 측이 ‘공 돌리기 게임’ 양상으로 공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당선인 측이 강경한 결정을 하면 박 전 대표 측이 거부하고 다시 강 대표가 중재안으로 배수진을 치며 중재를 시도하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강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고 이 사무총장의 사퇴 요구를 거둬들이면서 공이 박 전 대표 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박 전 대표 측이 당의 결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 사무총장 사퇴를 조건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분당(分黨)의 파국’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심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이 당선인 측과 박 전 대표 측이 서로 자파 인사를 공심위에 넣기 위해 대립하자 강 대표가 “중립적 인사로 채우겠다”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박 전 대표 쪽으로 공이 넘어 온 상황에서 이 당선인 측과의 신뢰를 전제로 안을 수용해 화합을 이룰 수 있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