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천사’ 신지애(20·하이마트·사진)가 연장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비록 우승컵을 안는 데는 실패했어도 ‘여자 백상어’ 캐리 웹(34·호주)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한국 여자 골프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 큰 수확이었다.
3일 호주 멜버른 킹스턴 히스GC(파73)에서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 호주여자오픈.
지난해 10승을 거둔 국내 최강 신지애는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8언더파 284타로 웹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패했다.
웹이 누구인가. 메이저 7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35승을 거둔 명예의 전당 멤버로 현재 세계 랭킹 3위. 더군다나 웹은 홈 팬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받았다.
하지만 신지애는 한국 선수로는 최고인 세계 7위의 자존심을 앞세워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평소 마지막 라운드만 되면 몰아치기로 유명했던 그는 이날도 후반 9홀에서 버디만 4개를 낚아 2타 차 단독 선두로 웹보다 먼저 경기를 끝내 우승의 희망을 부풀렸다.
그러나 웹은 16번홀(파4)에서 10m도 넘는 버디 퍼트를 넣은 데 이어 17번홀(파3)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신지애와 동타를 이뤘다.
18번홀(파4)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에서 둘 다 파를 한 뒤 같은 홀에서 치른 두 번째 연장에서 신지애는 10m 버디 퍼트가 홀 왼쪽을 지나간 반면 웹은 3m 버디를 넣으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신지애는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월드컵에 이어 연속 2위에 머문 그는 다음 주 LET 호주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대회 2연패이자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서며 4만4819유로(약 6300만 원)를 받은 웹은 “15번홀에서 2타 뒤진 사실을 알고 놀랐다. 신지애가 좀처럼 실수가 없어 꼭 버디를 해야만 했다. 나 같은 노장도 여전히 기름 탱크가 꽉 차 있다”며 기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