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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나앉을 처지였던 중증장애인 위한 ‘천사의 집’ 새 둥지

입력 | 2008-02-04 02:45:00


충청도 할아버지 11억대 땅… 가수 장나라 1억5000만원…

“이웃 천사들이 ‘러브 하우스’ 지어줬어요”

《인기 연예인 장나라 씨도 이곳에서는 여러 조연 중 한 명이다. 장애인 복지시설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천사의 집’. 장 씨를 포함해 수십 명의 정성으로 생긴 곳이다. 2일 새집으로 이사한 ‘천사의 집’에서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중증장애인 42명이 장순옥(56·여) 원장과 함께 지낸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물리치료실과 식당을 갖췄다. 원생들은 최고급 호텔로 옮기기라도 한 듯 연방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이사하기 전까지 덕양구 향동동의 개발제한구역 내 무허가 건물에서 생활했다. 미인가시설이 일정 수준의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폐쇄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 봄 이들은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팬클럽 회원들과 종종 찾아와 청소와 빨래를 하던 장나라 씨는 새 보금자리를 짓는 데 보태겠다며 1억5000만 원을 선뜻 내놓았다.

1994년 이후 해마다 서너 번씩 음식을 보내고 있는 ‘충청도 할아버지’는 시가 11억 원인 새 건물 터를 매입해 기증했다.

‘충청도 할아버지’는 매달 이곳에 자원봉사 하러 오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태원(48) 박사를 통해서만 연락할 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 박사는 지난해 여름 공사가 시작되자 매일 현장을 방문해 점검했다. 장애인 시설이니 더 좋은 자재로 꼼꼼히 시공하기 바란다는 뜻을 알고 업체는 “이익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양시종합자원봉사센터 김학연 회장은 까다로운 입찰 조건을 내거는 방법으로 건축비를 낮췄다.

고양시 일산서구청 윤용선 주택계장은 설계도면을 보고 군부대의 고도제한에 걸려 건물 내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원봉사센터 허경남 사무국장을 통해 사연을 들은 윤 계장은 군부대를 찾아가 상의한 뒤 건물 높이를 조금 올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도왔다.

건축이 끝날 무렵인 지난해 12월 초 상하수도관 연결 공사를 하려 했으나 건물과 도로 사이의 땅 소유자가 보상금을 요구하며 공사에 반대해 입주 시기가 늦어질 뻔했다.

고양시 김영덕 맑은물공급과장이 사연을 듣고 땅 소유자를 설득해 보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국유지 아래로 상하수도관을 설치해 천사의 집이 보상금 수천만 원을 내지 않도록 했다.

자신도 지체장애를 앓으며 보육원에서 자란 장 원장은 “저마다 할 수 있는 일을 봉사활동에 보태신 여러 천사 덕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