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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 ‘새로운 진보정당 거듭나기’ 무산

입력 | 2008-02-04 02:45:00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내 양대 세력인 자주파(NL)와 평등파(PD)는 3일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대회에 상정한 ‘제2창당을 위한 평가·혁신안 승인의 건’을 놓고 9시간 넘게 논쟁을 벌였지만 양측의 뿌리 깊은 갈등만 확인한 채 당 대회는 막을 내렸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비대위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하고 즉각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비대위 해산과 평등파 당원들의 무더기 탈당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심회’ 관련자 제명 여부가 쟁점=비대위 혁신안의 핵심은 이른바 친북 비밀조직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던 이른바 ‘일심회’ 사건 관련자인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의 제명이었다.

비대위는 이들이 당내 동향과 당내 주요 인사들의 정치적 성향 등 신상을 담은 정보들을 모아 일심회를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며 이것을 ‘해당(害黨)행위’로 규정하고 제명안을 내놨다.

비대위는 민노당의 친북 정당 이미지를 누적시키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을 제명함으로써 당내 ‘종북(從北)주의’ 청산을 명확히 한 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끝내 다수파인 자주파의 벽을 넘지 못했다.

▽9시간을 넘긴 자주파와 평등파의 설전=혁신위가 제출한 안건을 놓고 자주파와 평등파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토론을 벌였다.

비대위는 당 대회를 앞두고 두 당원의 ‘해당 행위’의 근거로 이들의 재판자료 4건을 당원들에게 공개하는 등 자주파를 압박했다. 비대위는 당내 정보를 외부 세력에 전달한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자주파는 “국가보안법상 범죄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찬반토론에서 일심회 사건 변호인인 김승교 대의원은 “국보법이라는 악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쓰레기 (공판) 자료를 가지고 당원들에게 판단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 같은 행위는 의도하든 안하든 민노당이 국보법에 굴복하는 것이며 국보법을 강화시켜주는 꼴”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박용진 전 민노당 대변인은 “민노당은 정파연합당이며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며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가 있다. 국보법에는 반대하지만 민노당의 분열만큼은 막아야 한다”며 비대위의 혁신안 통과를 호소했다.

심 대표는 오후 11시경 자주파가 제안한 수정동의안이 통과되자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심 대표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날 당 대회는 ‘일심회 조작사건 국가보안법 피해자 가족대책위원회’가 최기영, 이정훈 제명 반대 기자회견과 더불어 모든 양심수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 반면 평등파 평당원 23명은 “비대위의 혁신안이 변질됐다”며 탈당 기자회견을 여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北에 제공 ‘최기영 보고서’는

“○○○는 폭로 대명사, △△△는 버럭 성질”

당내 동향-주요인사 성향 등 민감한 내용 포함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공개한 문건(일명 최기영 보고서)에는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 등 일심회 사건 관련자들이 북측에 제공한 당내 동향과 주요 당직자의 정치적 성향 등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다.

공개된 문건 내용 중 ‘핵실험 실시에 따른 당내 제반 동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민노당 지도부가 방북단을 꾸린 뒷얘기와 민노당 대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중앙당의 동향과 의원단 결정 사항을 비롯해 북핵 문제에 대한 당내 주요 정파들의 견해도 들어 있다.

이와 함께 ‘P회의 결정 및 집행사항’이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모 최고위원은 폭로의 대명사’, ‘모 당직자는 버럭 성질과 변방 출신의 약간의 열등의식 등이 단점’, ‘모 당직자는 돈키호테 빨간 펜, 예의바르게 감동 주면 어떤 합의도 쉽게 결론 내려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의 성향 및 신상 정보가 적혀 있다. 민노당 비대위는 최 전 사무부총장의 제명을 요구하며 이 문건을 당원들만 볼 수 있는 당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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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