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생각의 나무
‘아들을 죽인 저 왜적을 베자
아니다, 무인답게 살려 주자’
자신과 싸워야했던 충무공
영웅도 한명의 인간 아닐까
‘남성들 가슴 흔들고 100만 부 돌파!’
소설 ‘칼의 노래’에 대한 언론의 기사다. 내부와 외부 모두에 적을 두고 끝없이 고민하는 이순신의 모습에 남성들의 가슴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영웅적인 모습이 사라진 불완전한 인간 이순신을 만난다.
우리는 ‘영웅’을 보통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성역’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성역화는 영웅을 묘사하는 효과적인 방법일까? 오히려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깎아내릴 뿐이다. ‘영웅의 진정한 모습’이란 테마를 통합논술과 관련지어 논의해 보자.
(가) 몸 깊은 곳에서 치솟는 울음을 이를 악물어 참았다. 면의 죽음을 알아챈 종사관과 군관들은 내 앞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 저녁 때 나는 숙사를 나와 갯가 염전으로 갔다. 나는 혼자서 갔다. 낡은 소금 창고들이 노을에 잠겨 있었다. 나는 소금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마니 위에 엎드려 나는 겨우 숨죽여 울었다. 적들은 오지 않았다.[152쪽]
(나) 면은 죽고 아베는 살아서 내 앞에 묶여 있었다. 살려주자, 살게 하자, 살아서 돌아가게 하자…. 네 속에서 나 아닌 내가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아베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울음과 아베를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울음이 내 몸속에서 양쪽 다 울어지지 않았다. 몸속 깊은 곳에서 칼이 울었다. (…) 칼을 빼었다. 나는 아베를 베었다.[189쪽]
고독한 무인 이순신의 고뇌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가)는 무인이 아닌 아버지로서 아들 ‘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드러낸다. (나)는 아들인 면을 죽인 왜적 ‘아베’의 목을 베기까지 이순신이 겪은 고뇌를 표현한다. 고뇌하는 이순신의 모습은 그가 ‘보통 사람’임을 말해준다.
논술은 대상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다른 시각을 통해 그 이면의 모습을 읽어 내야 한다. 그동안 이순신은 미화된 영웅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려면 그가 고독했던 무인이요 사랑 많은 아버지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논술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답안도 작성해 보자.
① ‘(가)와 (나)의 공통점을 밝히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라는 문제를 생각해 본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순신을 바라볼 때 그의 진실한 모습을 느낀다. 나아가 위대한 영웅은 ‘자신의 감정과 신념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견해도 생각해 본다.
② ‘(가)와 (나)의 관점으로 영웅을 대할 때 그 개인적, 사회적 영향을 쓰시오’라는 문제를 만들어 보자. 대상에 대한 신격화는 현실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웅의 인간적인 야망과 갈등을 인식하면 그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나와의 동일시를 이루게 된다. 나아가 사회적 삶의 진실성까지 느끼게 된다.
이순신의 ‘칼의 노래’를 들어보자. 노량해전의 피비린내, 그리고 인간적 갈등이 빚어낸 체취가 날카롭게 풍겨올 것이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