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기자회견을 통해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수 김흥국의 속내는 뭘까. 표면적으로는 불출마 선언이었지만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다.
김흥국은 "방송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 다음 기회가 온다면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로 정치에 대한 미련을 남겼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따라 입후보예정자를 포함한 후보자는 선거 90일 전부터 방송활동을 할 수 없다. 90일 전인 1월 10일 이후 방송에 적극적으로 출연해온 그가 그동안 몸담아온 방송사에 비수를 꽂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김흥국은 특히 새 정부 입각 내지 국회 입성이 유력한 유인촌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부럽다"고도 했다.
반면 5년 전 정치권에 깊숙하게 몸을 담은 명계남에 대해서는 "나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미는 정몽준 후보가 대선 전날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면서 유무형의 탄압을 받은 것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였다.
김흥국은 "저도 50이 됐는데 남자로서 야망은 있었다. 기회를 줘야하지 않느냐"면서 "언제 한번 멋있게 해보겠다. 기회를 주면 (연예인이 정치를 잘 못할 것이라 것을) 깰 수 있다. 살아온 게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중의 눈에 비친 김흥국은 '개그맨' 수준에 가깝다. 젊은 세대에서는 가수 활동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우클라 대학(UCLA)'을 비롯한 방송 어록도 그의 이미지를 더욱 희화화했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는데 '정치 제의를 받았다'는 말을 언론에 흘려보기도 했으나 많은 국민은 "무슨 김흥국이 정치냐"는 반응을 보였다. 아내도 강하게 만류했다.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산사에서 108배를 올려보기도 했지만 결론은 김흥국 스스로 낼 수밖에 없었다.
김흥국은 이날 "정몽준 의원께서 정치는 방송과 다르니까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했다.
방송과 가수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그가 (정치를 염두해) '말을 아끼며' 활동을 할 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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