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었다.
그해 스코틀랜드 출신 수의사 존 보이드 던롭은 아들이 삼륜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아들은 작은 돌멩이에만 부딪쳐도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꾸 자전거에서 떨어졌다. 원인은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딱딱한 통고무로 만들어진 바퀴였다.
던롭의 고민은 오늘날의 공기타이어의 모체가 된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던롭은 얇고 기다란 고무판의 양쪽 가장자리를 붙여서 튜브를 만들고 그 속에 공기를 넣었다. 쪼글쪼글해진 축구공도 공기를 넣으면 탄력이 좋아지는 데서 착안했다. 이전의 바퀴는 쇠나 나무, 딱딱한 통고무로 된 것이 고작이었다.
‘작은 가족사’로 끝날 수도 있었던 아이디어는 잠재력이 컸다. 던롭은 1888년 특허를 신청하고 1889년에는 더블린에서 ‘던롭타이어’ 공장을 열었다.
‘창조적인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입소문을 탄 공기타이어는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던롭타이어는 다국적 회사로 발돋움했다.
1895년 자전거가 붐을 이루면서 회사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게 되었다. 독일 벤츠사와 미국 포드사에 자동차용 공기타이어를 독점 납품한 것은 회사 성장의 날개가 됐다.
공기타이어는 세상에 나온 지 거의 10년 만에 대부분의 바퀴에 장착되는 개가를 올렸다.
던롭타이어는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미국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1913년에는 일본 고베에도 공장을 열었다. 늘어나는 고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고무농장을 운영해야 할 정도였다.
사실 공기타이어 아이디어는 1845년 로버트 톰슨에 의해 먼저 나왔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던롭은 공기타이어를 사업으로 성공시킴으로써 공기타이어 발명가라는 영예도 얻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규제 완화와 공직사회 개혁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작은 아이디어로 기업을 이룬 던롭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가 태어난 날이 1840년 2월 5일이다.
지금도 한국에 있는 ‘던롭코리아’에는 100여 명의 직원이 타이어와 골프용품, 라켓, 스포츠웨어 등을 수입 판매하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