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지역 주민 10명 중 7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EAP(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협회는 지난 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인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의향리 등 4개 지역에서 주민 92명을 대상으로 심리 및 자율신경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중 70%가 교감신경이 극도로 흥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EAP협회에 따르면 이들 주민의 증세는 사고로 인한 충격이 사고 이후 한 달이 넘어서까지 지속되는 전형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는 것.
검사 결과 심리상태가 정상인 경우는 4%에 지나지 않았으며 나머지 26%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예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주민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이들의 자살에 영향을 받은 다른 주민들의 스트레스 수준도 크게 높아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명륜 EAP협회 사무국장은 "태안 주민들은 피해보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다, 지역 주민 전체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딱히 위안을 받을 곳이나 방법이 없어 계속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며 "이들의 스트레스 상태를 풀어줄 만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국EAP협회는 근로자를 위한 심리상담, 경력계발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사단법인이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