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오케스트라 가운데 처음으로 평양에서 공연을 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개운치 않은 동행이지만 음악통해 평화 심는다면…”
“北 김정일 정권 입지만 강화 우려”
“음악은 음악… 정치적 접근 않을것”
“벌써부터 기대돼서 가슴이 떨려요. 그러나 동시에 ‘편치 않은’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리자 김·37·뉴욕필 바이올리니스트)
미국 오케스트라로서는 처음으로 26일 평양에서 공연을 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국인 단원들이 공연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뉴욕필에는 현재 8명의 한인 연주자가 있다.
이 오케스트라에서 13년째 바이올린을 연주해온 리자 김 씨는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 김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뉴욕필의 평양 공연이 결정된 뒤 가족회의를 했는데, 아버지가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연 참가에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이 북한의 진정한 개방 의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북한 정권의 입지만 강화해줄 것이라는 게 김 씨 아버지의 생각이었다는 것.
그러나 김 씨는 지난해 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설명을 듣고 얼마간 마음이 움직였다.
힐 차관보는 이번 공연이 북한 개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단원들을 설득했다. 김 씨는 “힐 차관보의 말을 듣고 누군가 문화적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회의감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대를 나타내는 한국인 단원들도 있다. 이 악단의 미셸 김 부악장은 “우리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음악이 가진 사랑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악장은 “인권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그 문제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평양 공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로린 마젤(77) 씨는 자신이 브레즈네프 시절의 소련이나 프랑코 집권기의 스페인에서도 지휘했던 일을 상기시키며 “반드시 그런 정권의 신봉자들이라고 할 수 없는 현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거나 손을 내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6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뉴욕필은 26일 동평양 대극장에서 공연에 앞서 북한 국가에 이어 미국 국가를 연주할 예정이다. 평양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평양 공연은 한국에서는 MBC가 생중계할 예정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MBC의 전파를 받아 현지에서 녹화 또는 생중계로 방송한다. 미국에선 공영방송인 ‘채널13’이 MBC의 전파를 받아 방송하며, 이 밖에 프랑스와 독일 합자 방송사인 ‘아르테’가 프랑스와 독일에서 방송할 예정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