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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산유국 오일머니, 어디로 흘러가나

입력 | 2008-02-09 18:35:00


국제 유가(油價)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오일머니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맥킨지쿼털리 인터넷판은 최근 '세계경제와 오일머니의 새로운 역할'이란 보고서를 통해 산유국들이 석유로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흘러가며, 오일머니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석했다. 분석은 맥킨지컨설팅의 내부 연구기관인 MGI(McKinsey Global Institute)가 맡았다.

● 산유국, 오일달러 대부분 금융시장 투자

MGI에 따르면 산유국들은 고유가에 힘입어 2006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투자자로 부상했다. 이들은 벌어들인 오일달러의 대부분을 국제 금융시장에 투자한다.

산유국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적어도 5년 동안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MGI는 배럴당 유가가 70달러 선을 유지할 때, 2012년까지 매년 6280억 달러의 오일머니가 국제 금융시장에 흘러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달 5일 현재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85.22달러다.

중동의 오일달러는 석유 수출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국영 및 민간기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에 투자된다.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안정을 위해 현금이나 장기 국채(대부분은 미국 재무성 채권)의 형태로 해외 자산을 보유한다. 그러나 아부다비 투자청 같은 국부펀드는 부동산과 은행예금, 심지어 헤지펀드에 이르는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2002년 이후 유가는 거의 3배가 올랐으며, 자연스럽게 석유 수출국 투자자들의 투자 규모도 커졌다. 이런 유동성 증가는 지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종의 호재로 작용해 왔다. 미국의 장기채권 금리는 산유국 투자자들의 채권 매입으로 인해 하락세를 유지했다. 오일달러는 글로벌 주식 시장의 유동성도 증가시켰다. 2002년 이후 오일달러의 누적 유입액은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인 약 2조 달러에 이른다.

● "오일달러로 인한 거품 붕괴할 수도"

MGI는 그러나 과연 고유가가 세계 경제에 계속해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오일머니의 일부가 부동산, 예술품 시장, 기업 등 비유동 자산에 투자돼 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MGI의 다이애너 패럴 소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진행되면 자산가격의 거품이 붕괴할 수도 있다"며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위험이나 경기침체 없이 고유가를 수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MGI는 특히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부동산 가치는 오일머니 급증에 힘입어 2000년 40조 달러에서 2005년 70조 달러로 늘어났다.

패럴 소장은 "오일머니의 풍부한 유동성이 가져온 저금리가 주택담보 가계자금 대출(home-equity loan)과 모기지(mortgage) 급증의 원인"이라며 "오일머니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권모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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