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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택]도공(盜公)

입력 | 2008-02-10 02:52:00


기획예산처는 전문평가기관을 통해 2006년 말 정부 투자기관들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조사했다. 도로공사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게 돼 있었다. 그런데 조사원이 휴게소에 나타나면 도공(道公) 직원들이 일반인으로 위장 접근해 조사에 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응답자 600여 명 중 200여 명이 도공 직원이었다. 이렇게 부풀려진 고객만족도로 도공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1위를 했다. 도공은 지난해 500% 성과급 지급 대상 공기업으로 결정됐고 이미 300%를 직원들에게 나눠준 상태다.

▷결국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낸 통행료를 훔쳐 도공 직원들끼리 나누어 먹은 셈이다. 공기업 도공(盜公)은 한 둘이 아니다. 법인카드를 이용해 카드깡 수법으로 현금 수백만 원을 챙긴 공기업 회장과 직원들이 적발된 일도 있다. 방송광고공사는 창립기념일 선물로 200만 원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나눠줬다. 지난해 5월 공기업 감사 21명이 세계적인 관광지인 브라질 이구아수폭포에 ‘혁신포럼’을 핑계로 외유를 간 것은 단적인 사례다.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공공부문은 예외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된 주요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중단시키는 데서 나아가 28개 공기업을 신설하고 추가로 11개 공기업 설립 계획을 추진했다. 도공에서 벌어진 성과급 잔치나 공기업 편법 임금 인상 같은 도덕적 해이는 방만한 공기업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공기업 부채는 노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195조 원에서 2006년 296조 원으로 52% 급증했다. 국민 혈세인 정부의 공기업 지원금은 34조 원에서 49조 원으로 늘었다.

▷노 정부는 공기업에 전문성도 없는 권력 주변 사람들을 이사장 사장 감사 이사 등 요직에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다. 모두 한편이다 보니 책임을 지는 사람도, 책임을 따지는 사람도 없는 시스템이었다. 공기업은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 정부의 공기업 정책 실패를 거울삼아 초기에 과감한 개혁으로 세상 달라진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