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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 ‘마음의 고향’ 돼야죠”

입력 | 2008-02-10 02:52:00

노숙인보호센터의 이형운 사회복지사(왼쪽)와 장상문 상담사가 9일 서울역 구내에 누워 있는 노숙인을 살펴보고 있다. 박영대 기자


고향을 오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는 서울역. 연휴 나흘째인 9일 역사 한 귀퉁이에서 노숙인이 벽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사회복지사 이형운(42) 씨가 걸음을 멈추고 노숙인을 흔들어 깨웠지만 그는 꿈쩍 하지 않았다.

이 씨는 인근 시립병원으로 노숙인을 옮긴 뒤 “지체장애자인데 추운 날 노숙하다 보니 몸이 완전히 마비됐다”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서울역 노숙인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이 씨는 “야간에 이런 일이 종종 생겨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역사가 조용해졌다. 텅 빈 역사 안을 바라보는 노숙인의 한숨도 커졌다. 사회복지사 김희현(29) 씨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따뜻한 차를 권했다.

김 씨는 “노숙인이 평소보다 더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명절일수록 노숙인보호센터는 더욱 바쁘다”며 “평소에는 센터 직원을 귀찮아하던 노숙인이 스스로 상담하러 찾아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보호센터는 명절 프로그램을 준비해 노숙인의 쓸쓸함을 달랬다.

설날인 7일에는 서울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용산구 갈월동의 ‘성공회 다시 서기 상담보호센터’에서 노숙인 200여 명과 노래자랑, 민속놀이를 즐기고 공동으로 차례를 지냈다.

윷놀이와 장기, 바둑을 즐기는 노숙인은 잠시나마 어려운 처지를 잊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센터를 찾은 노숙인 이모(50) 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딸을 위해서라도 내년 설은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회복지사 김군배(50) 씨는 “노숙인과 명절을 함께 보내느라 4년째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잠시라도 쉬어 가면서 가족을 생각하는 노숙인을 보면 평소보다 더 큰 뿌듯함을 느낀다”고 미소를 지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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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