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핑크, 서니 오렌지, 크리스마스 레드, 리치 골드, 코코아 브라운….’
색조화장품의 종류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요즘 뜨고 있는 컬러 휴대전화 색상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24종의 화려한 색상으로 맵시를 뽐낸 삼성전자의 ‘고아라폰’(SCH-W2700·사진)은 반년여 만에 70만 대나 팔렸습니다. LG전자도 14개 컬러의 ‘컬러홀릭폰’(LG-SC330)을 내놓았죠.
이들 제품 덕분에 지금까지 검은색, 은색 등 무채색 디자인만 좋아하던 사람들이 컬러 휴대전화를 좋아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후 휴대전화에 컬러 마케팅 바람이 불었다죠.
하지만 얼마 전에 만난 이동통신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미난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컬러 휴대전화를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색상을 입히는 도장(塗裝) 기술에 어려움이 많아 잘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의 얘기는 “사람들이 무채색 디자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온 것은 자신의 취향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기업들이 다양한 색상의 휴대전화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휴대전화의 취향에 대해 소비자들이 미처 몰랐던 뒷얘기는 이 밖에도 많습니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슬라이드 형식의 휴대전화(슬라이드폰)는 원래 디자인보다는 원가 절감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폴더형 전화에는 가격이 비싼 액정표시장치(LCD) 창이 2개 들어가는 반면 슬라이드폰에는 하나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슬라이드폰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슬라이드폰은 편의성을 중시하는 한국 시장에 뿌리내렸죠.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들은 아직 폴더형을 고집합니다.
이렇듯 휴대전화 취향은 국가별로도 차이가 납니다.
최근 휴대전화 화면에 펜으로 직접 글씨를 쓸 수 있는 터치스크린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인기를 끌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많더군요.
전문가들은 “한국인은 휴대전화를 두 손으로 쓰지 않고 엄지손가락 하나로 문자를 입력하는 ‘한 손 문화’에 익숙하다”고 분석합니다. 두 손으로 문자를 써넣는 블랙베리가 한국에서는 대중화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나의 취향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요.
고객의 무의식적인 행동에서 고객의 취향을 찾아내려는 기업의 부단한 노력이 새로운 취향,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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