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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숭례문 지킴이’ 신한은행 “이마당에 무슨 우승파티…”

입력 | 2008-02-12 02:57:00


“정말이야? 남대문(숭례문)에 불이 났다고?”

신한은행이 강원 춘천에서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10일 밤.

숭례문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농구단의 화기애애하던 자축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숭례문은 신한은행이 그룹 차원에서 각별히 돌보는 ‘사내 보물 1호’이기 때문이다.

우승을 했지만 술자리는 어색하게 끝났고 이튿날 직원들은 새벽같이 서울로 올라왔다.

신한은행은 2005년 7월 문화재청과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맺었고,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본점은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한 숭례문을 ‘지킴이 대상 1호’로 정했다.

각 지방 지점이 지역 문화재의 지킴이를 자청하면서 신한은행이 돌보는 문화재는 70여 개로 늘어났지만 숭례문은 이 캠페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본점 직원들은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을 ‘문화재 지킴이 날’로 정해 숭례문 주위 환경 정비 등에 나섰고 23일에는 대대적인 봄맞이 대청소를 앞두고 있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승을 한 날 밤에 그룹에서 아끼던 숭례문에 화재가 날 게 뭐냐. 안타깝고, 화재 때문에 우승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직원 30여 명은 11일 아침부터 숭례문에 나와 봉사활동을 하려고 했으나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출입이 통제돼 되돌아가기도 했다.

대신 신한은행은 숭례문 복원에 앞장서기로 했다. ‘숭례문 지키기’에서 ‘숭례문 살리기’로 운동이 바뀌게 된 것.

신상훈 행장은 11일 “그룹 차원에서 숭례문 복원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우선 본점 20층 강당에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직원 20여 명이 전화, 인터넷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임시 상황실을 무료로 마련해 줬다.

또 복구비를 그룹 차원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안과 복구비용 관련 금융상품 마련, 그리고 자원봉사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한은행 사회협력팀 전영철 부부장은 “그룹 차원에서 숭례문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만큼 복원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