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는 사람 살려놨더니, 이젠 찬밥 더운밥 가린다. 이렇게 되면 창단을 접을 수도 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아쉬움과 탄식이 배어 있었다. 설 연휴 끝 날인 10일 오전 제8구단 창단을 추진하고 있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박노준(사진) 단장 내정자의 하소연이었다.
“유니폼을 맞추려고 두 번이나 사람을 보냈는데 다 돌려보냈더라. 야구 선배로서 현대 선수, 코치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사장한테 갖은 아부를 다 떠는데 너무 몰라준다.”
그러면서 그는 “(촉박한 창단 일정에) 쫓기지 않겠다. 내달 8일부터 시작되는 시범 경기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스폰서 계약에 어려움이 생겼는데 사태가 악화될 경우 창단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고도 덧붙였다.
야구 해설위원 출신답게 그의 말은 달변이었다. 평소 전화 통화조차 힘든 그는 20분 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저녁 그는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다.
그는 다른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야구를 하겠다. 시범 경기에 불참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왜 이런 보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낮과는 달리 차갑고 냉랭했다. “할 얘기가 없습니다. 홍보팀하고 얘기하세요.”
어쩌면 새로운 일도 아니다.
센테니얼이 설 연휴 뒤 발표하기로 한 메인 스폰서 발표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센테니얼 측은 당초 말했던 22일보다 일주일 빠른 15일 가입금을 내겠다고 했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밝히지 않았다. 계획된 창단 일정표보다는 여론을 지켜보다 그때그때 행보를 정하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식으로 운영을 하겠다”고 말한 박 내정자의 의미가 말 바꾸기와 주먹구구 행정은 아닐 것이다.
센테니얼은 12일 고용 승계, 제주도 전지훈련 참가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 현대 선수들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센테니얼은 제8구단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해 야구팬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주기 바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