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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종달]우리 앞에 다가온 태양열 도시

입력 | 2008-02-12 02:57:00


독일 헤센 주 마르부르크 시가 신규 주택이나 기존 주택을 개조할 때 태양열 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고, 위반하면 시설비의 3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대신 태양열 풍력 바이오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 전환은 구호가 아니라 마르부르크 시의 경우처럼 규제라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우리 경제생활에서 구현될 때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에너지 문제는 결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 수송 산업 주택 상업 등 모든 활동이 곧 에너지 사용이기 때문에 위기가 닥친다고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해 봐야 경제를 중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신재생에너지 도입도 이런 모든 부문에서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은 환경 문제를 불러올 뿐 아니라 기술적 경제적으로 사양화되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 고압 송전체계, 거대한 원유 분해 및 정제 단지, 대규모 석탄 채취, 수송사업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자동차와 냉난방장치, 가전기기 등 대량 에너지 이용기기도 이미 신재생에너지 등에 기초한 새로운 에너지 기반으로의 교체가 시작됐고 10년 안에 크게 변할 것이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에너지는 셸 샤프 지멘스 GE 같은 굴지의 기업뿐 아니라 이윤에 민감한 투자가들이 앞 다투어 찾는 분야로 떠올랐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은 지난 수년간 연간 15∼3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계통연계형 태양광 발전은 2002∼2006년 60%씩 급성장하고, 바이오디젤은 40%, 풍력은 25%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태양광 관련 제조업은 이미 전 세계적 고수익 사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이 지구 환경 문제의 원인’이라는 과학적 합의를 보여 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4차 보고서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 부여한 노벨 평화상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혁명을 세계에 알린 것에 불과하다.

이런 에너지 혁명의 선두에 서 있는 국가가 독일이다. 독일은 이미 전체 에너지 공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있고, 2030년에는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시설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설치하고 있으며, 산업에서도 일본(태양광), 덴마크(풍력)와 더불어 가장 앞서 있다.

한국은 경제 기적을 추구하는 많은 나라의 모델이 됐지만, 이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복지를 향상시키는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 석유소비 4위, 온실가스 배출량 10위, 국내총생산(GDP) 12위에 이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으로 2013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이제 국내외적으로 명확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의 겨우 1.2%를 신재생에너지가 공급하며, 폐기물이 대부분이고 태양에너지는 제로에 가깝다. 태양광의 경우 그나마 보급되는 시설의 모듈을 85% 이상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대형 승용차,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은 되레 점증하고 있으며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97%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렇게 돼야 경제적 환경적으로 세계적인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분야가 바로 신재생에너지이며 이를 위한 정책, 지역, 산업과 시민의 적극적 변화를 이끌어 낼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종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대구솔라시티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