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
[가] 탐욕과 야망을 품고, 부를 추구하고,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중략)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고, 관심을 쏟고, 맞장구를 치며 알은체해 주는 것이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부끄러워한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들락거려도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다.
[제시문 2]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연민과 동정(同情)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타인의 비참함을 목격할 때 우리는 연민과 동정을 느낀다. 도덕적이거나 인간미가 풍부한 사람은 물론이고, 무도한 폭한(暴漢)이나 사회의 법률을 극렬하게 위반하는 사람도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
# 해설 :
제시문 [가]는 2008학년도 서강대 인문사회계열 정시 논술에서, [제시문 2]는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에서 출제된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의 일부다. 이 책은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과 함께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서다.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고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개인의 ‘자기 이익’ 추구가 어떻게 ‘사회 이익’을 창출하는지 밝히고 있다. 그래서 개인의 자기 이익 추구만이 강조돼 개인의 이기주의가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부론’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도덕 감정론’을 전제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인간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한편 타인도 배려하는 존재로 봤다. 자신을 타인 처지에서 판단하는 것을 ‘동감(sympathy)’ 혹은 ‘동포 감정(fellow-feeling)’이라고 한다. 이 동감을 통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은 이미 사회 속의 한 개인으로 있으며, 바로 이 사회성 속에서 극단적인 자기애나 이기주의는 질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우리를 부유하게 한 자본주의가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번영을 자신의 번영과 연결시켜 양쪽 모두 발전하도록 하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역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