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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출판계 “YA 잡아라”

입력 | 2008-02-13 02:50:00


10대후반 ~ 20대초반 감성세대 겨냥

가벼운 읽을거리 위주 핸드북 출간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감성 세대, 영 어덜트(Young Adult)를 잡아라.’

출판계에 ‘영 어덜트(YA)’ 바람이 불고 있다.

영 어덜트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청소년과 갓 성인이 된 이들을 지칭하는 마케팅업계의 신조어. 출판계에서는 그동안 이 연령대를 사각지대로 여겨 왔으나 최근 이 시장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문학 장르에서 나타났다. YA를 겨냥한 브랜드가 출시됐다. 어린이책 출판사 ‘비룡소’가 최근 ‘까멜레옹’이라는 신규 임프린트를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책으로 지난달 말 스티븐 굴드의 SF소설 ‘점퍼’(사진)를 선보였다.

까멜레옹이 설정한 YA세대의 정의는 ‘이미지 시대에 어울리는 감성 소비 세대’. 탄탄한 내러티브를 갖추되 읽기에 부담 없는 소설류에 집중하는 전략을 쓴다. 가격도 일반도서의 60% 정도로 YA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제작과 유통도 편리함을 추구하는 영 어덜트 기호에 맞췄다. 갖고 다니기 편한 핸드북 크기에, 서점은 물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있도록 만들 방침이다. 이미현 민음사 홍보기획부장은 “그간 청소년 도서는 뭔가 가르치는 모범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면서 “YA의 감각에 맞게 독서를 오락과 유희의 도구로 접근하자는 콘셉트”라고 말했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들 세대에 맞춘 책들이 줄을 잇는다. ‘성공하는 10대의 시간관리와 공부방법’(평단문화사) ‘20대, 공부에 미쳐라’(랜덤하우스) ‘20대 마음껏 헤매고 마음껏 성공하라’(한스미디어) ‘20살에 떠난 아찔한 세계여행’(넥서스북스) 등이 최근 한 달여 새에 출시됐다. 그간 2030세대에 주로 포커스를 맞춰오던 자기 계발서나 경제경영서가 YA층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성인책 시장의 위축도 출판계가 영 어덜트 시장에 관심을 갖는 한 원인이다. 최근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대담에서 박창희 ‘푸른숲’ 청소년팀장은 “성인 도서 중 많은 책이 초판도 소화하기 힘든 지경이 되면서 너도나도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 어덜트도 위기 탈출 방편의 일환인 셈이다.

그렇다 해도 영 어덜트가 출판계에 다양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는 “세대별 장르별 분화가 출판시장 확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인 독서 인구를 끌어들이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